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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승부의 미학

작성자
손창남
작성일
2020-01-16 00:14
조회
41
오늘 저녁 반둥 반석 한인 교회에서 말씀을 전했습니다. 주보에 너무도 좋은 글이 있어 여기에 옮겨봅니다.

제목은 "무승부"입니다.

"가후쿠-가마 족으로 구성된 두 팀이 축구 시합을 하면 무승부가 날 때까지 시합을 했다고 한다. 심지어 무승부가 나지 않으면 몇 날 며칠을 계속 경기했다." 황진규 작가의 책 '철학자와 함께 지하철을 타보자' 중의 한 구절입니다. 프랑스의 세계적인 인류학자 클로드 레비스트로스는 "야생의 사고로 살아가는 원주민들은 공동체 간의 차별이 아닌 공존의 세계를 구성하는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고 말합니다. 원주민들이 기를 쓰고 무승부를 내려고 했던 이유가 이것입니다.

"패자는 카운터로!" 탁구장 벽에 붙은 천둥 같은 이 한 줄. 탁구에서는 승패를 나눠야 하지만 승패없이 비기는 무승부가 잦아지면 삶은 더 풍요로워집니다. 승리만 탐하면 인생에 패할 수 있습니다. 전투에서 이리고 전쟁에서 질 수 있습니다. "이겼어? 졌어?" 이 흑백의 중간에 무승부가 있습니다. 인간관계는 특히 무승부가 좋습니다. 승부가 나는 순간 관계는 깨져갑니다. "의인의 열매는 생명나무라. 지혜로운 자는 사람을 얻느니라." (잠 11:30)

사람을 얻을 수 있는 좋은 방법은 무승부입니다. 부부싸움 무승부, 친구와 벌이는 시금털털한 시국 토론 무승부, 네가 내린 커피와 내가 끓인 라면 무승부, 상대의 홈그라운드에서 무승부, 라이벌 대결에서 무승부..... 냉엄한 승부보다 비김 수가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기까지가 주보의 컬럼에 실려있는 글입니다.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인도네시아에서 있을 때 키보드를 잘 치는 형제 자매가 언제나 못하는 형제 자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을 보고 놀랐습니다.

저를 많이 돌아보았습니다. 저는 아직도 지면 마음이 불편하니 아직 덜 성숙한거겠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