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자유게시판

아버지의 장례식 4

작성자
손창남
작성일
2020-07-02 23:29
조회
74
그 때 쯤에는 두 동생과 제수씨들도 모두 모여들었다.

가족들의 슬픔은 쉽게 잦아들었다.

그것은 마지막에 너무 고생하시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면서 차라리 평안히 가시는 것이 더 좋겠다는 생각들을 해서 일 거라고 생각했다.

갑자기 경찰들이 집으로 들어왔다. 나는 깜짝 놀랐다. 왜 경찰이 초상집에 나타나지?

놀라는 나에게 누나가 설명을 해주었다. 일단 아버지의 사망이 범죄가 아니라 자연사 하셨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서란다.

그러더니 곧 이어 앰뷸런스가 도착을 했다. 나는 다시 깜짝 놀랐다. 왜 앰뷸런스가 오지?

먼저 의사가 와서 아버지가 돌아가신 것을 확인했다. 그리고 가족들로부터 부검이 필요없다는 확인을 받았다. 거기까지는 이해가 되었다.

한데 아버지의 시신을 앰뷸런스에 실어서 어디론가 가지고 가버렸다.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의 장례는 장례식장에서 하지 않고 가정에서 했다. 돌아가시면 즉시 장의사가 와서 병풍을 펴서 시신을 윗묵에 둔 채로 3일장을 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래서 나는 하와이에서도 당연히 그러려니 한 것이었다. 그런데 아버지의 시신을 가져가버리면 우리는 뭘 한다는 말인가.

그리고 사람들이 문상을 집으로 오는 것이 아니란 말인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은 상황이었다.

누나는 하와이의 장례문화는 집에 시신을 두지 않는단다. 시신은 따로 보관을 했다가 5일후에 장례식장에서 장례식을 한다고 했다.

1988년 당시 나는 이런 장례 문화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럼 그 동안 나는 무엇을 한다는 말인가.

나는 6월 27일에 아버지가 돌아가셨으니 3일장을 하면 29일에 장례를 마치고 다음날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를 탈 생각만 하고 있었다. 그러면 수양회가 끝나기 하루 전 날 한국에 도착하고 나는 수양회에 가서 형제들을 만날 수 있을 거라는 아주 실낱같은 희망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것마저 물거품이 되고 마는 것 같았다.

장례일은 7월 2일로 결정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