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에서 웃고 계시는 하나님

뒤에서 웃고 계시는 하나님

1-2 물 위로 떠오른 도끼 이야기

작성자
손창남
작성일
2017-01-27 11:28
조회
348
원래는 12월 초부터 이곳에 글을 올리려고 했는데 갑자기 어려운 일이 생겨서 올리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이제 두 달이 지났습니다. 아직도 여파는 있지만 조금씩 정신을 차리려고 합니다.

올 해 쓰려고 한 책은 두 가지였습니다. 하나는 크리스쳔 리더십에 관한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족자비안 나이트나 쏘라비안 나이트에 포함시키지 못했던 에피소드를 모은 것입니다. 현재 제 상태로는 무거운 주제인 리더십보다는 조금은 가볍게 쓸 수 있는 에피소드 모음부터 써보려고 합니다. 일단 가제목은 "하나님과 함께 걷는 길"이라고 할까 합니다.

오늘은 맛보기로 한 꼭지를 올려봅니다.

(가죽가방을 다시 찾게 된 이야기)

예수님을 믿고 나서 큐티 하는 것을 배웠다. 큐티를 하는 것이 언제나 즐겁지만은 않았다. 때로는 의무감에서 하기도 했다. 하지만 큐티를 통해서 얻는 것이 많았다. 하나님과 동행하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그런데 어느 날 아주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70년대 대학생들은 비슷한 가방을 가지고 다녔다. 대부분 두꺼운 종이에 레자를 붙여 만든 가방에는 책, 노트, 도시락 등을 넣어 다녔다. 40년이 지난 지금도 비슷한 습관을 가지고 있는데 나는 가방에 보통 학생들보다 뭔가를 더 많이 넣어 다녔다. 무거운 가방을 들고 다닐 때 문제가 하나 있다. 그것은 만원버스를 타고 가다가 내릴 때마다 내 몸과 가방이 따로 논다는 것이다. 급하게 내려야 할 때는 사람들 사이에 끼어있는 가방을 힘껏 잡아당기게 되는데 그렇게 하면 가방은 보기 좋게 띁겨지고 만다. 이렇게 몇 번 낭패를 당하고 보니 좋은 가방, 아니 튼튼한 가방이 있어야 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느날 시내를 지나다가 에스콰이어 제화점 쇼윈도에 튼튼해 보이는 가죽으로 만든 가방이 마음에 들었다. 대학생에게는 사치스러운 가방이지만 만원버스에서 낭패를 당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어 아버지께 말씀을 드렸다. 평소에 뭘 사달라고 한 적이 없는 아들이 부탁을 하는 것이라 그런지 아버지는 기쁨으로 에스콰이어 제화점에서 파는 내가 원하는 가죽가방을 사주셨다. 그 가방을 가지고 다니는 동안 만원버스에서도 전혀 틑어지지 않아 늘 감사하고 있었다.

어느 날 연세대학교에 다니는 친구를 만나기 위해서 연대 교정에 갔다. 마침 강의가 끝나고 학생들이 쏟아져 나왔다. 내가 만나려는 친구보다 앞서서 고등학교 때 친하게 지냈던 친구가 지나다가 반가워서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 백양로의 돌 위에 앉아서 이야기 하고 있는 중에 또 다른 친구가 지나가는 것을 보았다. 나는 얼른 달려가 인사를 했다. 한참 이야기를 하고 돌아왔을 때 내 친구는 바빠서 그랬는지 자리에 없었다. 문제는 내 새로 산 가죽 가방도 없어졌다는 것이다. 그 친구가 내 가방을 가져갔을 리가 없다. 아마도 친구는 내가 너무 늦게 오자 별 생각없이 자리를 떴던 것 같다.

그 가방은 보통 가방이 아니다. 당시 대학생들이 가지고 다니던 오리가방의 다섯 배는 비싼 가방이다. 가방 안에는 책이며 노트며, 내가 아끼는 학용품 등이 그래도 있었다. 눈 앞이 캄캄했다. 그러는 동안 해는 벌써 지고 컴컴한 교정을 힘없이 걸어 집으로 돌아왔다. 아버지께 가방을 분실했다고 이야기도 못하고 잠이 들었다.

새벽에 일어나 큐티를 했다. 그 날 본문은 열왕기하 6장이었다. 선지자 엘리사와 그의 제자들이 새로운 숙소를 만들기로 했다. 그리고 나무를 베기 위해 요단으로 갔다. 그런데 한 제자가 물가에서 나무를 베다가 실수로 도끼를 물에 빠뜨렸다. 더 큰 문제는 그 도끼가 다른 사람에게서 빌려온 것이라는 점이다. 그는 절망 속에서 외쳤을 것이다. “아, 도끼를 어떻게 하나!” 그러자 엘리사가 나뭇가지를 베어서 물속으로 던졌다. 그러자 도끼가 떠올랐다. 하나님께서 불쌍한 제자를 어여삐 보셔서 문제를 해결해 준 것이다.

그런데 그 말씀을 묵상하는 동안 내 안에 갑자기 확신이 생겼다. 다시 한 번 그 자리로 가보자. 아마도 하나님께서 도끼가 물 위로 떠오른 것처럼 주실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편에서는 가방을 잃어버린 곳에 성경 말씀을 하나 읽었다고 서뿌른 기대를 가지고 다시 가는 것이 어리석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그날 말씀을 읽고 났을 때 하나님께서 주실 것이라는 확신이 너무도 분명했다.

오후 수업을 마치고 다시 연대 캠퍼스로 갔다. 어제보다 더 늦은 시간이었고 마지막 수업을 마친 학생들이 이미 교정을 빠져나간 후라 을씨년스럽기까지 했다. 나는 친구와 대화를 하던 자리에 다시 가서 앉았다. 그곳은 어제 가방을 두고 간 곳이기도 했다. 사람들의 발길도 뜸해졌다. 나는 점점 더 내가 바보같다는 생각을 했다. 선지자의 제자가 도끼를 도로 찾았다는 성경 말씀 한 구절을 읽고 이렇게 교정에 와 앉아 있는 것이 현명한 일인가? 이 시간에 책을 읽든지 아니면 성경을 읽는 것이 더 낫지 않은가? 별별 생각을 다 하고 있었다.

점점 주위는 컴컴해지고 지나는 사람들도 적어졌다. 춥고 배도 고팠다. 그냥 집으로 가자. 성경 말씀은 성경 말씀이로 현실은 현실이야. 하나님이 이런 것까지 도와주시지는 않아. 점점 더 아침의 확신이 희미해지는 무렵에 경비 아저씨 한 분이 지나가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마음에 그 경비 아저씨에게 가방에 대해서 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저씨, 혹시 어제 이 근처에서 가죽 가방 하나 못 보셨어요? 제가 어제 가방을 잃어버렸는데, 그 가방 안에는 제 책과 노트가 있어요.” 그러자 아저씨가 자기를 따라와 보라는 것이다. 한참을 따라가자 경비 아저씨 사무실이 나타났다. 그리고 나에게 가방 하나를 보여주며 내 가방이냐고 물었다. 맞았다. 그것은 내 가방이었다. 그리고 가방 안에는 책과 노트와 문방구 등이 그대로 있었다. 할렐루야!!!

만약 아침에 물 위로 떠오른 도끼 이야기만 묵상하지 않았어도 나는 다시 연대 캠퍼스에 갈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이다. 하나님과 동행하는 즐거움을 맛본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