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와 선교

문화와 선교

문화와 선교 45

작성자
손창남
작성일
2016-10-28 23:39
조회
98
몇 년 전에 홍콩을 방문해서 도풍산이라는 곳을 방문해 보았다. 홍콩의 신계지의 중심인 샤틴이라는 곳에 위치한 도풍산에 매우 독특한 건축물이 있다. 영국의 여왕이 라이헬트 선교사(1877-1952)를 기념하며 선사한 산 위에는 루터란 신학교가 있다.



노르웨이 출신의 루터란 선교사 칼 라이헬트는 1904년 중국 하남성에 선교사로 파견된 이래 지속적으로 불교도들에게 어떻게 복음을 전할 것인가를 고민해 왔다. 그는 중국의 복음화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주는 불교에 대해서 이해하고 불교라고 하는 프레임 안에서 복음을 전할 수 있을 가를 고민하다가 불교 승려의 복장을 하고 그들 속에 들어가서 그들의 경전을 배우고 또 성경에 대해서 가르쳤다.



이 일은 당시 중국인과 분리된 선교사 주거 지역에서 살면서 하루의 정해진 시간 동안만 중국인들과 사역을 했던 대부분의 선교사들의 눈에는 이상한 행위였지만 진리에 관심을 갖고 있었단 한 젊은 승려에게 복음을 전하게 되었다. 라이헬트 선교사는 그 젊은 승려에게 불교를 떠나지 말고 오히려 불교 안에서 다른 승려들에게 복음을 전할 것을 권하게 되었고 이 일로 여러 명의 승려들이 성경을 공부하게 되었다. 1926년에서 36년까지 그가 세례를 준 숫자는 총 82명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의 사역이 순조로웠던 것은 아니다. 그는 자국의 선교회로부터 파문을 당하기도 하고 일본의 침략하에서 고난을 받고 추방을 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노력은 헛되지 않아 중국에서 불교도들과 사역한지 어언 32년이 지난 어느 시점이 되자 그가 머물며 성경을 가르치던 절에 있던 70여명의 승려들이 개종하고 세례를 받는 결실이 맺히게 되었다.



하지만 그의 사역 속에는 놀라운 변화가 자리잡고 있었다. 그 결과 도풍사의 대웅전은 예배를 위한 채플이 되고 승려가 자던 방은 게스트 하우스가 되었고 수양회와 각종 집회와 기독교 박물관으로 변모된 것이다. 유럽의 교회에서 보는 서구화된 성화와는 달리 이곳에서 보이는 성화는 수묵화와 같은 동양화의 형태를 하고 있다. 성경의 이야기가 중국 전통과 삶의 모습으로 형상화된 것이다. 예수님을 비롯한 제자들 모두 중국인의 복장을 하고 있었고 주변 풍경은 중국의 산수를 빼 닮은 것이었다.



라이헬트는 기독교의 진리를 불교도들에게 그들의 세계관과 프레임으로 설명해 내는데 성공했다. 그는 기독교가 불교도들이 믿고 있는 진리를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믿고 있는 진리를 온전하게 완성해 줄 수 있는 길로써 설명해 냈다.



그는 계속해서 직접 불교도들을 찾아다니며 그들을 도풍산으로 초대해서 불교도들에게 이해될 수 있는 방법으로 복음을 제시하곤 했다. 그 결과 약 1200여명의 불교 승려들이 개종하는 열매를 맺게 되었고 그 외에 수많은 사람들이 기독교에 대해서 호의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중국에 들어온 서구 선교사들이 모두 자신의 문화에 대한 우월감 속에서와 자기 방식을 현지인들에게 주입하고자 했을 때 라이헬트는 당시 선교사들의 관심 밖에 위치했던 불교 승려들을 찾아가서 그들과 같이 살며 그들이 귀하게 여기는 진리에 대해서 먼저 배우고 이해하려고 했다.



(이용규 선교사의 글에서 많은 인용을 했음을 밝혀둡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