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와 선교

문화와 선교

문화와 선교 7

작성자
손창남
작성일
2016-10-28 23:30
조회
107
세 명의 단기 선교사의 아침 식사 광경



인도네시아에 있을 때 학생을 한다는 이유로 젊은 단기 선교사들이 왔었다. 한번은 세 명의 단기 선교사가 한 번에 왔는데, 한국, 미국, 그리고 영국에서 온 청년들이었다. 아침 식사는 빵에다 잼을 발라먹는 단순한 식사였다. 각자가 앉아 있는 자리에 빵이 놓아져있고 잼이 들은 병은 식탁의 가운데에 있었다.



한국 청년이 먼저 빵에 잼을 발라 먹기 위해서 손을 뻗어서 잼이 든 병을 자기 가까이로 끌어온다. 그리고 빵에 잼을 발라 먹는다. 그러면 영국 청년과 미국 청년은 눈살을 찌푸린다. 왜냐하면 그것은 자신들의 룰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들의 룰은 자기 앞에 놓인 식빵은 마음대로 먹어도 문제가 되지 않지만 공동으로 먹으라고 놓아둔 잼이 든 병을 다른 사람들의 동의도 얻지 않은 채 손을 뻗어 끌어오는 것은 무례한 일이다. 그들은 반드시 다른 사람에게 잼을 건네 달라고 해서 먹는다.



하지만 한국 청년에게는 자기 손을 뻗어서 잼이 든 병을 가져오는 것이 극히 자연스러운 행동이다. 생각해보자. 만약 한국에서 가족들과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동생이 “언니, 거기 김 좀 주세요, 콩나물 좀 주세요.” 하고 부탁을 한다면 그것은 예의 바른 행동으로 여겨지겠는가 아니면 싸가지 없는 행동으로 여겨지겠는가.



이제 미국 청년이 잼을 발라먹고 싶다면 그는 한국 청년 가까이에 있는 잼이 든 병을 집어 오기 위해서 팔을 뻗는 일은 절대로 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하는 것은 무례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미국 청년은 자기 팔을 뻗어 가지고 오는 대신 “Would you pass me the jam?”라고 부탁을 할 것이다. 이제 한국 청년의 표정을 살필 필요가 있다. 그는 잼이 들은 병을 건네주면서 ‘왜, 자기 팔이 있는데 가져가지 않고 나에게 달라고 할까?’하며 의아해 할 것이다.



그런데 정말 재미있는 룰을 가진 청년은 영국 청년이다. 영국 사람의 식탁 룰은 잼이 든 병을 손을 가지고 와서도 안 되고 미국 청년처럼 달라고 해서도 안 된다. 영국 사람들은 식탁에서 다른 사람이 먹으라고 하는 음식만을 먹게 되어 있다. 만약 손으로 병을 가져 온다면 강도짓으로 여기고 먹으라고 하지 않는데 달라고 하면 거지로 여긴다.



영국 청년은 강도 같이 가져다 먹는 한국 청년과 거지 같이 달라고 해서 먹는 청년이 언젠가 자기에게 잼을 먹겠느냐고 할 때까지를 기다린다. 하지만 그런 룰을 알 리가 없는 한국 청년과 미국 청년은 서로 가져다 먹고 달래 먹느라 바쁘다.



이제 참다 못 한 영국 청년이 한 마디를 한다.

“Hey, Do you like the jam?"

영어의 의미만을 생각하면 저희들 잼을 좋아 하느냐 이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는 달라고 하는 말이다. 하지만 그 뜻을 짐작할 수 없는 한국 청년과 미국 청년은 “Of course, I do." 하면서 한 사람은 강도 같이 갖다 먹고 한 사람은 거지 같이 달라며 잼을 빵에 발라 먹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 각자의 입장에서 한번 생각해 보자. 한국 청년은 미국 청년이 자기 손이 있으면서도 달라고 하는 것에 대해서 무척 불괘하게 생각할 것이다. 미국 청년은 한국 청년이 자기 앞에 놓은 잼을 허락도 없이 가지고 갈 때 불쾌하게 생각할 것이다. 영국 청년은 한국 청년과 미국 청년이 자기에게 먹어보라고 한 번 권하지 않는 것을 불쾌하게 생각할 것이다.



이들이 빵에 잼을 발라 먹다가 서로 기분 상하려고 온 것이 아니다. 이들은 선교를 하기 위해서 온 것이다. 하지만 아침 먹는 자리에서부터 서로에 대해서 불쾌하게 생각한다면 이들이 하루 종일 함께 다니며 서로의 룰이 달라서 힘들어 하는 것이 얼마나 여러번 있을까. 그것은 독자의 상상에 맡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