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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글) 인도네시아의 욕

작성자
손창남
작성일
2016-09-29 12:54
조회
2590
인도네시아의 욕

반둥에 있을 때 길을 잘 몰라 유턴을 잘 못한 것이 있었다. 뒤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오던 한 젊은이가 내 차 가까이에 와서 “바로께!” 하고 소리를 지르는 것이었다. 나는 그 젊은이의 의도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언어 학교에 가서 선생님들께 어제 어떤 젊은이가 바로께라고 하며 갔다고 했더니 선생님이 웃으며 아마도 빡 손이 일본 사람인줄 알고 친절하게 일본 욕 “바가야로!”를 하고 갔나 보다고 말해 주었다. 그제서야 나는 아, 내가 욕을 먹었구나 하고 깨닫게 되었다. 아마 타문화에서 욕을 모른다는 것은 이런 면에서는 유리한 것 같다. 그 말이 욕인 줄 알았다면 아마 나는 직접 대응을 하지는 않았어도, 마음이 불편했을 것이다. 이것이 욕을 모르는 빠디의 좋은 점이다.

어느 문화에서나 욕이라는 것이 있다. 인도네시아 사람들이 사용하는 욕은 내가 아는 한 한국 사람들의 욕에 비해서 좀 점잖은 것 같다. 그렇게 쌍스럽지 않으면서도 충분히 자신의 마음을 전하는 것 같다. 그러나 이런 욕을 모르는 외국인들이 가끔 자신의 감정을 쏟아 놓는다고 하는 말이 경우에 맞지 않는 경우가 간혹 있다. 빠디가 욕을 잘 모른다는 것이 이럴 때는 정말 위험하다.

어느 날 목따르 루비스라고 하는 유명한 소설가의 글을 읽다가 이런 대목을 만나게 되었다. 비행기 안에서 어느 외국인 둘이 하는 대화를 저자가 들었다고 한다. 그런데 인도네시아를 아주 폄하하는 말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저자가 무척 화가 나서 이런 ‘방쌋’같은 외국인들이 라고 생각했다는 말을 적어 놓았다. 나는 그 당시 이 방쌋이라고 하는 단어의 뜻을 정확히 몰랐다. 그저 예의 없는 정도의 의미로 받아 들였다.

어느 날 죠이에 나오는 한 형제와 대화를 나누었다. 이 형제는 비로써 내가 외국인으로서 얼마나 언어 때문에 갈등을 했는지를 알게 되었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첫 번 학기에 두따와짜나에서 가르칠 때 여자 조교가 나에게 한 일을 이야기 하면서 그 방쌋 같은 여학생이 나에게 자기가 학기만 고사 문제를 출제해 보겠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했다. 말을 듣고 있던 형제의 얼굴이 갑자기 창백해지면서 어쩔 줄을 몰라 하는 것이었다. 태연스럽게 말을 하고 있던 나는 조금 놀랐다. 그 형제가 나에게 “빡 손, 방쌋이라는 말의 뜻을 아세요?” 하고 물었다. 나는 용감하게 네 알고 있습니다. 건방지다는 뜻이 아닌가요?“ 하고 대답했다. 그러자 형제는 깜짝 놀라면서 ”아닙니다. 그런 뜻이 아닙니다.“ 그 뜻은 원래 빈대라는 뜻이지만 우리 나라에서 만약 어떤 사람에게 빈대 같다고 말하면 그 자리에서 관계는 영원히 끊어지고 맙니다. 제발 그 말을 다른 사람에게는 사용하지 마십시오.” 하고 애원을 하는 것이었다. 나는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을 느꼈다.

이 일은 나에게 욕을 알아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그 욕의 전문가를 만나게 된 것이다. 우리가 사는 스뚜란에 와서 우리를 도와주던 그 천사 이이 형제가 내가 알고 있던 어떤 학생보다 인도네시아 욕을 많이 알고 있었다. 내가 방쌋이라는 말을 잘못 사용해서 사람을 놀라게 했던 이야기를 듣고 형제는 박장대소를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나에게 매일 한 가지씩 욕을 가르쳐 주었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인도네시아 욕도 매우 다양했다. 특히 동물로 사람을 지칭하는 것이 아주 높은 수준의 욕인데, 개와 돼지를 사용해서 사람을 부르는 것이 그 가운데서도 가장 나쁜 욕이고, 그 가운데서 으뜸은 어떤 사람을 멧돼지라고 부르는 것이다. 인도네시아 사람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가장 많이 하는 욕은 사람을 멍청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이 욕은 아주 다양하게 발달되어 있는데,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고블록’, ‘다블륵’, ‘부득’, 하고 ‘윽’ 이나 ‘욱’ 소리가 나는 욕이 많다는 것이다. 나중에 한국에 안식년을 왔을 때 호세가 수족관에서 못생긴 물고리를 가르키면서 아빠, 저 물고기의 이름이 뭐예요 하고 물어서 우럭이라고 가르쳐 준 적이 있었다. 호세는 정말 재미있는 이름이라고 하면서 많이 웃었다. 아마도 인도네시아의 욕처럼 들렸던 모양이다.

이이는 나에게 정말 다양한 욕을 가르쳐 주었다. 그리고 언제나 다음과 같은 말로 그의 레슨을 끝냈다. “빡 손, 이것을 다른 사람에게 써 먹으면 안 됩니다. 그러면 사람들이 빡 손의 인격을 의심합니다. 그저 어떤 사람이 이런 말을 쓸 때 이게 이 정도의 욕이구나 하고 알아 들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