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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장례식 5

작성자
손창남
작성일
2020-07-05 13:30
조회
56
아버지는 6월 27일에 돌아가셨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날은 나와 아내가 결혼한지 7주년이 되는 결혼 기념일이었다.

그리고 또 다른 의미가 있는 날이 곧 이어졌다. 원래 내 생일은 음력으로 5월 17일이다.

인도네시아에 있는 동안 내 생일이 5월 17일인줄 알고 축하는 해주는 인도네시아 사람들에게 음력에 대해서 설명을 하는 것도 쉽지 않았고, 양력 달력만 있는 인도네시아에서 굳이 내 생일을 음력으로 알아내는 것도 그렇게 해서 인도네시아에서는 생일을 양력으로 지내고 말았다. 그래서 그 후로 지금까지 음력이 아니라 양력으로 5월 17일을 내 생일로 지내고 있다. 하지만 당시는 인도네시아로 떠나기 전이었으니 내 생일은 음력으로 지냈다. 내 생일을 정확히 기억하고 계시는 어머니가 아버지가 돌아가신 날과 장례식이 있는 7월 2일 사이에 내 생일도 차려주셨다.

그래도 시간이 정말 널널하게 남았다. 그래서 매형은 나를 차에 태워서 하와이 일주를 시켜주었다. 멋진 해변이 도처에 있었다. 사진도 많이 찍었다.

하와에서 그렇게 지내면서정말 만감이 교차했다. 한국으로 하면 나는 맏상주다.

할아버지도 한 분이었고, 그 위 대 할아버지가 독자인데 아들이 없어 할아버지를 양자로 입양했다고 한다. 아버지는 맏아들이고, 내가 맏아들이다.

어릴 때 내가 울기라도 하면 할아버지는 맏상주가 눈물이 히퍼서 되겠느냐고 늘 말씀하셨다. 당시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몰랐다. 이제 나는 맏상주 노릇을 해야 하는데, 이게 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족들도 모두 일상으로 돌아갔다. 누나와 동생들은 모두 장사하는 일로 바쁘고 어머니도 그 동안 아버지 병수발 하시느라 지치셨는지 모처럼 편안한 얼굴을 하고 계셨다.

나는 좌불안석이다. 아버지 장례를 치루기 위해서 왔는지 하와이에 관광을 왔는 지 모르는 상황이 된 것이다.

게다가 세무대학 기독학생회 수양회가 시작이 되었다. 물론 친구 주성호 목사가 강사로 잘 해주겠지만 한번도 수양회에 빠져본 적이 없는 나는 기도는 하지만 계속 궁금했다. 당시는 핸드폰이 없는 상태니 걱정이 된다고 즉각즉각 연락을 할 수도 없었다.

그리고 다샛가 지나 드디어 아버지의 장례식이 열리는 날이었다. 가족들은 모두 상복을 갈아입고 장례식장으로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