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에서 웃고 계시는 하나님
6-2 맹장이라도 (2)
의사는 어떻게 왔느냐고 물었다. 그래서 사실은 혈액 검사를 하러 왔는데, 그렇지 않아도 며칠 전부터 배가 아파서 검사를 좀 하고 싶어 병원에 온 김에 들렀다고 말했다. 의사는 아주 나이 많은 할머니였다. 인도네시아에 있는 동안에 후두가 아파서 고생을 한 적이 많았다. 아마도 강의와 설교 등으로 목을 많이 써서 그런 것 같다. 그럴 때마다 그 할머니 의사를 찾아 가면 너 말 절대하지 말아라 이렇게 이야기 하곤 했다.
내 혈액 검사 결과를 찬찬히 들여다보더니 의사는 나에게 ‘당신 맹장 걸린 것 같다’고 말했다. 그것을 어떻게 아느냐고 내가 물었더니 혈액 검사표에 정상 때의 백혈구에 비해서 두 배가 늘어났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바로 외과 의사를 찾아 갔다. 하지만 수술 중이라 진료를 할 수 없다고 했다. 저녁에 자기 개인 클리닉으로 오라고 했다. 나는 죠이 사무실에 와서 하루 종일 누워있어야 했다.
간사 한 명이 나를 외과 클리닉으로 데려다주었다. 외과의사는 나를 눕혀 놓고 앞쪽으로 사타구니 바로 위를 손으로 찔렀는데, 그 아픔은 정말 대단한 것이었다. 그리고 돌아누우라고 하더니 내 항문에 자기 손가락을 넣어 강하게 찔렀다. 거의 죽을 것 같은 통증이었다. 누워있는 침대에서 공중부양을 할 정도였다. 그러자 외과의사는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지금 당장 수술하지 않으면 맹장이 터질지도 모른다고 했다.
그래서 그 자리에서 수술실로 보내졌다. 마취제가 효력을 발휘하자 갑자기 모든 것이 블랙아웃이 되었다. 수술은 잘 진행되었다. 눈을 떠보니 입원실이었고, 밤새 내 옆을 지킨 수디만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쌀라티가에서 소식을 듣고 아내도 새벽에 먼 길을 달려왔다.
조금 후에 수술을 담당한 의사가 내 맹장이라면서 보여주었는데, 퉁퉁 붓다 못해서 거의 두 동강이가 나려고 했다. 나는 정말 하나님께 감사할 일이었다. 만약 OMF 의료담당자가 혈액검사를 받으라고 하지 않았다면 나는 자카르타로 그 몸을 해가지고 갔을 것이다. 비행기 안에서 만약 맹장이 터졌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또 내과의사가 내 혈액검사 결과를 보자고 하지 않았다면 아마도 나는 그대로 자카르타 행 비행기를 탔을 것이다. 그 결과는 생각하기도 싫다.
한국에 돌아와서 사람들에게 자랑을 할 것이 생겼다. 아프리카에서 사역했던 리빙스턴은 심장을 아프리카에 묻었다. 하지만 나는 심장보다는 작기는 하지만 맹장을 내가 사랑하는 인도네시아에 묻고 왔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