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라비안 나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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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라비안 나이트 71

작성자
손창남
작성일
2016-10-28 23:16
조회
56
이임사



2008년 10월 어느 날 이취임식을 열게 되었다. 그날 내가 읽은 이임사를 여기에 적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정확히 7년 전에 가을 어느 날 한국 오엠에프 대표로 취임식을 했는데, 다시 국화 향기 그윽한 가을에 이제 대표직에서 물러나게 되어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우리 속담에 아기 보는 일이 하도 힘들어 동냥 보따리를 도로 달라고 한다는 말이 있는데, 지난 7년 동안 해오던 오엠에프 한국 대표 일을 그만 두는 기분이 어떠냐고 물으신다면 저는 주저하지 않고 아기 보다가 동냥자루를 돌려받은 기분이라고 표현하고 싶은데 그러면 너무 불경스러울까요?



제게 있어서 한국 오엠에프 대표로 섬기는 일은 대표로 섬기기 전 10여년 인도네시아에서 하던 캠퍼스 사역과는 전혀 다른 일이었습니다. 게다가 임명 자체가 급하게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솔직하게 말씀드려서 많은 준비를 하지 못한 채 대표직을 맡게 되었고, 그래서 대표직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부족한 면이 많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동안 한국 홈을 위해서 공헌 한 것보다는 제가 배운 것이 더 많았다고 해야 할 것입니다.



사역에는 즐거움뿐만 아니라 고통도 있다는 것을 배웠고, 권리나 특권보다는 책임이 막중하다는 것도 배웠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보다 할 수 없는 것이 더 많다는 것을 배웠고,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보다 다른 사람들이 더 많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스트레스와 함께 사는 법을 배워야 했고, 비난과 오해도 자연스러운 것임을 배워야 했습니다. 7년 전 취임할 때 존경하는 이태웅 목사님께서 ‘너 하나님의 사람아’라는 제목으로 권해 주셨던 생각들이 납니다. 결국 하나님은 대표직을 통해서 또 다시 저를 하나님의 사람으로 연마해 가셨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그 동안 부족한 사람을 옆에서 늘 기도와 격려를 아끼지 않으시고 필요할 때마다 조언해 주신 홍 응표 장로님을 비롯한 이사님들, 동료 선교사님들, 간사님들, 그리고 일일이 이름을 거명할 수 없는 많은 분들께 정말 감사를 드립니다. 특별히 기쁨과 슬픔을 함께 해 준 아내 안은숙 선교사 그리고 다위와 호세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이제 한국 분부가 그런대로 안정된 상태에서 김승호 선교사님을 새로운 대표로 모시게 되어서 감사를 드립니다. 사실 김 선교사님은 제가 대표가 될 때 저보다 먼저 대표로 거명되었던 분입니다. 당시 사정으로 대표직을 감당하지 못하다가 이제 한국 본부를 섬기게 된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릅니다. 저는 동원 담당자로 본부에서 김승호 선교사님을 도와서 계속 섬길 것입니다. 무엇보다 지난 1년 동안 인터림 대표로 본부를 맡아 주셨고, 필드로 돌아가는 대신 한국 본부를 위해서 함께 헌신하시기로 하신 한근흥 선교사님께도 감사를 드립니다.



주님께서 한국 오엠에프를 다른 차원에서 사용하시기를 기대합니다. 여러분들이 계속해서 지켜봐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노병은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이다.”라고 하는 말을 맥아더 장군이 퇴임 자리에서 한 것으로 전해지는데 저는 오엠에프 한국 대표를 이임하는 자리에서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전 대표는 죽지도 않고 사라지지도 않고 대표직을 떠나서도 계속 섬길 것이라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