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라비안 나이트

쏘라비안 나이트

쏘라비안 나이트 33

작성자
손창남
작성일
2016-10-28 22:58
조회
87
아, 그제야 전모가 밝혀지는 것 같았다. 그러니까 거실의 내 책상 위에 있는 핸드폰은 다위의 전화기가 아니고 허종학 집사님의 핸드폰인 것이다. 허 집사님은 할렐루야 교회에 다니는 분이고, 이경철 목사님이 주일에 할렐루야 교회에서 예배를 드렸으니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빠른 시간 안에 핸드폰을 전달해 드리기로 했다.



내가 허 장로님과 대화하는 것을 이경철 목사님이 방에서 나오셔서 내 뒤에 서서 다 듣고 계셨다. 아마 내가 대화하는 소리에 잠이 깨신 모양이다. 그리고 거실에 나와 계셨는데, 나는 그것을 몰랐다. 내가 허종학 집사님과의 전화통화를 마쳤을 때 이번에는 이경철 목사님이 자기 버전으로 이야기를 해주신다.



“손 선교사, 내가 할렐루야 식당에 있는 식탁에 있는 핸드폰을 집어 온 것이 아니고 식당에 들어가려고 하다가 어떤 사람하고 부딪혔는데, 내 핸드폰이 바닥에 떨어지는 거야. 그래서 얼른 집어서 주머니에 넣었지. 나는 남의 핸드폰을 집어 오지는 않았어.”



나는 그 현장에 없었지만 이제 이경철 목사님이 전해준 말을 다시 포함해서 사건을 다시 구성해보면 전모는 이랬을 것 같다. 할렐루야 교회는 수 천 명이 주일 예배를 드린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주변에 식당이 없어서 구내식당에서 식사를 한다. 식당의 메뉴는 장터 국수다. 바쁜 주일에 그 많은 사람들의 식사를 제공하려면 그렇게 간단한 메뉴만으로 준비를 해야 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허 장로님이 먼저 식사를 마치고 식당에서 나오다가 이 경철 목사님과 부딪히신 모양이다. 허리춤에 차고 있던 핸드폰이 땅에 떨어졌는데, 허 장로님은 자기 핸드폰이 떨어진 줄도 모르고 부지런히 가셨고, 이 경철 목사님은 뭔가가 떨어지는 것 같아서 보았더니 자기가 아내에게서 빌린 핸드폰이니까 얼른 주머니에 집어넣었던 모양이다. 자기 핸드폰이 아닌 남의 핸드폰을 빌려본 사람은 알지만 핸드폰 벨 소리에 익숙지 않다. 그래서 아마 벨이 울려도 신경을 쓰시지 않고 그냥 다니셨던 모양이다.



그러다가 아침 7시가 되자 핸드폰에서 빵빠레가 울렸다. 그런데 우연히도 똑같은 7시에 똑 같은 곡의 빵빠레가 좁은 방에서 연주가 된 것이다. 빵빠레 소리가 그날따라 요란했던 이유가 있었다. 그러자 목사님이 시차 때문에 힘들어 하다가 겨우 아침에 잠이 들었지만 하도 요란해서 일어나 빵빠레를 끈 것이다. 문제는 또 다른 주머니에서 여전히 빵빠레가 울리고 있었던 것이었다. 목사님은 그 순간 자기가 똑 같은 핸드폰을 두 개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혹시 밤에 다위의 것을 가지고 들어 온 것이 아닌가 하고 내게 가져다주었던 것이다.



사무실에 나가 그 당시 조교처럼 돕던 심재인 간사에게 얼른 허 장로님 사무실로 가서 전달해 드리라고 했다.



그 문자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었다.

“제발 핸드폰을 돌려주세요.”

아마도 따님이 보낸 것 같은 문자도 있었다.

“우리 아빠 핸드폰을 빨리 돌려주세요.”

또 몇 시간 후에 장로님이 보낸 문자도 있었다.

“남의 물건을 가지는 것은 하나님이 기뻐하지 않는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