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에서 웃고 계시는 하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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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 경찰서에서 (2)

작성자
손창남
작성일
2017-03-15 02:57
조회
99
사복 경찰들은 우리를 캠퍼스 한 쪽에 주차되어 있는 자동차로 데려갔다. 다행히 수갑 등을 사용하지 않은 것만도 감사했다. 이미 신 대표와 내 여권은 경찰의 손에 있었다. 이제 꼼짝을 할 수 없는 상태였다. 우리는 두따와짜나 대학교 캠퍼스를 벗어나 링로드라고 불리는 순환도로 북쪽에 있는 경찰서로 갔다.

누군들 어떤 이유로든 경찰에 끌려간다고 할 때 기분이 좋을까만은 자국의 경찰서도 아니고 외국인으로 경찰에 간다고 하는 것은, 그것도 현장에서 붙들려 간다고 하는 것은 정말 이상한 느낌이었다. 경찰에서 심문을 당하기 시작했다. 왜 인도네시아에 왔냐부터 여행경비를 누가 데냐부터, 세미나 조직위에서 얼마의 보수를 받기로 했냐는 등을 물어보았다.

성실하게 대답했지만 여전히 트집을 잡았다. 문제는 신상언 대표였다. 자기가 돈을 내어 인도네시아까지 와서 젊은이들이 잘못된 문화에 물들지 않게 하기 위해서 세미나를 하고 있는데 경찰들이 들이 닥쳐서 돈을 받지 않았느냐, 왜 관광비자로 들어와서 돈을 버느냐 등의 질문을 하니 참기가 힘드셨냐보다. 드디어 신 대표님이 언성을 높이자 분위기는 더 나빠졌다.

신 대표는 인도네시아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물론 인도네시아 방식도 몰랐다. 나는 경찰에 사정을 했다. 이 분은 내가 모시고 온 분이고, 손님이니 이 분은 나가게 해달라고 애걸복걸을 했다. 경찰은 마지못해 신 대표는 나가도록 했다. 마침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조이 현지 간사가 신 대표를 모시고 갔다.

신상언 대표는 나가고, 경찰서의 취조실 안에서는 나 혼자 괴롭힘을 당했다. 물리적은 고문을 한 것은 아니지만 있지도 않은 일을 혐의로 뒤집어씌우려는 질문을 몇 시간씩 대답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더욱이 그날은 금요일이고 조이에서 매주 모이는 금요 모임에서 신 대표가 말씀을 전하기로 했고, 나는 통역을 하기로 한 것이다.

처음에는 경찰의 의도를 몰랐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경찰이 이렇게 억지를 부리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드디어 경찰의 입에서 도와주겠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처음 인도네시아에 와서 살 때 이웃을 포함해서 많은 사람들이 도와주겠다고 할 때 그것이 돈을 달라는 것인 줄 몰라서 애를 먹었던 때가 있었다. 이제는 그 이야기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다.

문제는 이렇게 돈을 주고 풀려나는 것이 선교사로 할 일인가가 큰 고민이었다. 지갑에는 100불짜리가 하나 있었다. 곰곰이 생각을 했다. 만약 내가 경찰에게 잡힌 것이 아니라 강도에게 잡혔는데 강도가 돈을 주면 풀어주겠다고 할 때 돈을 줄 것인가를 생각했다. 그러자 대답은 긍정적이었다. ‘그래, 내가 경찰에 붙들린 것이 아니고, 강도에게 붙들렸다고 하자. 그런데 이제 강도가 마음을 고쳐먹고 돈을 받고 나를 풀어주겠다면 당연히 주고 나와야지. 하는 생각을 하자 마음이 편안해졌다.

결국 내게서 100불을 받은 경찰이 나를 경찰서에서 나가도 좋다고 한 것은 6시였다. 경찰서 정문을 나오자마자 택시를 타고 모임 장소인 육군박물관으로 갔다. 많은 사람들이 나를 위해서 기도하며 모임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나는 그저 6시에 풀려나와 금요모임에서 신 대표의 메시지를 통역할 수는 있는 것만도 감사했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그 해 9월에 족자 세미나가 열리게 되었는데, 그 후 매년 세미나가 열렸다. 족자 세미나에는 캠퍼스 사역을 하는 간사들, 그리고 교회에서 청년대학부를 섬기는 부교역자들이 참석해서 함께 은혜를 경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