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에서 웃고 계시는 하나님

뒤에서 웃고 계시는 하나님

7-2 오해와 진실 (2)

작성자
손창남
작성일
2017-02-28 13:31
조회
69
혼란 속에서도 자카르타에서 계획했던 일들이 잘 마무리가 되었고, 죡자로 돌아 갈 때는 유삭과 에디 형제 그리고 나 셋이 모두 한 기차를 타게 되었다. 인도네시아 기차도 물론 등급이 있다. 그렇지 않아도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열심히 사역하는 전임간사들의 여행인지라 나는 가장 빠르고 가장 편리한 ‘아르고’라고 하는 기차표를 구했다.

유삭과 에디가 앞자리에 앉고 나는 뒷자리에 앉아서 여행을 했다. 아르고는 아침 8시에 자카르타 시내에 있는 ‘감비르’ 역을 출발해 죡자에 오후 5시에 도착하게 되어 있었다. 나는 뒷자리에 앉아 그날 저녁에 있을 화요 기도회의 말씀을 준비하기도 하고 묵상을 하며 여행을 했다.

아르고는 가장 비싼 기차라 점심식사가 기차 내에서 무료로 제공되었다. 물론 식사라고 해야 밥, 그리고 작은 닭고기 한 조각, 그리고 카레 향이 나는 야채 복음 조금, 그리고 ‘끄르뿍’이라고 하는 넓직한 새우깡 같은 튀김 과자, 그리고 물이다. 그 정도면 많은 양은 아니라도 요기를 하기에는 충분하다.

물론 이외에도 차내를 돌며 과자나 음료를 파는 판매원이 있다. 그래서 기차 안에서 귤이나, 땅콩, 음료수 그리고 과자 등을 살 수 있다. 다만 시중에서 사는 것보다 조금 비싸다는 것이 흠이다.

점심식사를 하고 나서 얼마의 시간이 지난 다음에 승무원이 쟁반에 시원한 캔 음료수를 들고 다니며 승객들에게 팔았다. 이 캔 음료는 보통 판매원이 파는 음료보다 더 비쌌다. 그래서 나는 살 엄두를 내지 않았다. 판매원은 앞으로 계속 진행해 갔다. 드디어 유삭과 에디가 앉아 있는 자리를 승무원이 지나가고 있었다. 에디는 아무 것도 사지 않겠다고 했다. 그런데 유삭이 캔 하나를 쟁반에서 꺼내는 것이었다. 그리고 지갑에서 돈을 꺼내 주었다.

그리고 자기 혼자 캔 음료를 마시는 것이었다. 나는 속으로 ‘어어? 나에게 권하지도 않고 자기 혼자 음료수를 사서 마시고 있네!’ 하지만 자기 돈 주고 음료수를 혼자 마시는 것이 잘 못하는 것도 아니고. 우물쭈물 하다가 그냥 지나가려니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괘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간사로 고생한다고 나는 지금 가장 빠르고 편리한 기차표를 사주기까지 했는데, 그리고 마시고 싶어도 너무 비싸다고 생각해서 캔 음료를 사지 않았는데, 자기 것만을 사서 먹다니. 그것도 인도네시아 사람이라면 당연히 예의 바르게 줄 마음이 없어도 ‘바사바시’라고 해서 옆 사람이나 아는 사람에게 당연히 권하는 것도 없이 혼자 마시다니. 아니 내가 정말 목이 말라서 캔 음료를 샀다면 나는 혼자 마셨을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니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서운하고, 불편해 지기 시작했다. 생각은 생각에 꼬리를 물고 일어났다. 유삭은 나와 함께 스뚜란이라는 집에 살았다. 나는 함께 사는 인도네시아 형제들에게 밥값을 내게하지도 않았고 음식이 생기거나 사오면 똑같이 나누어 먹었다. 그런데 아니 어쩌자고 유삭은 캔 음료를 저 혼자 마시나 생각하며 죡자까지 오는 동안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다. 내가 너무 옹졸한 것인가 생각하다가고 계속 괘씸한 생각 때문에 힘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