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에서 웃고 계시는 하나님

뒤에서 웃고 계시는 하나님

7-2 오해와 진실 (3)

작성자
손창남
작성일
2017-02-28 19:10
조회
69
화요 기도 모임은 6시 반에 시작했다. 모임은 ‘톡하우스’라는 조이가 운영하는 까페에서 진행이 되었다. 기차역에서 모임 장소까지는 택시로 15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기차가 정시에 도착했기 때문에 모임 전까지 한 시간이나 남았다. 보통 같으면 유삭과 에디에게 저녁을 먹자고 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유삭이 기차 안에서 캔 음료를 혼자 사먹었다는 괘씸한 생각이 내 마음 속에 계속 남아 있었다.

까페에 도착하자 유삭이 모임 전에 저녁식사를 하겠느냐고 물었다. 나는 좀 퉁명스럽게 별로 생각이 없으니 두 사람이나 식사 하러 다녀오라고 말했다. 유삭과 에디가 식사를 하러 밖으로 나간 후에 나는 까페에 앉아서 기도회에서 전할 말씀을 마저 마무리 했다. 마음은 무척 심란한 상태였다.

그 날 기도모임에는 모두 45명 정도의 학생들이 참석했다. 화요 모임에는 많은 사람들을 초대하지 않았다. 주로 임원, 리더들이 참석을 했다. 기도회 분위기는 언제나 좋았다. 찬양을 몇 곡하고 나서 자유롭게 간증을 하는 시간이 있고, 말씀 듣고 기도하는 매우 단순한 순서지만 늘 주님의 임재를 경험했다.

화요 모임에는 외부의 강사를 초청하지 않고 주로 내가 말씀을 전했다. 화요 기도모임이 진행될수록 주님이 말씀이 흥왕해 지는 것이 느껴졌다. 그날 화요기도 모임에서 말씀을 거의 마칠 때쯤 갑자기 유삭이 눈물을 닦더니 화장실로 가서 얼굴을 씻고 오는 것이었다. 나는 속으로 ‘흠, 드디어 기차 안에서 자기 혼자 캔 음료 사먹은 것이 마음에 걸려서 회개를 하는군!’ 하고 생각했다. 역시 성령님은 정확하신 분이야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기도모임이 끝나면 스뚜란에 사는 형제들이 함께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 올 때 유삭이 자동차를 운전했다. 그런데 유삭이 집으로 돌아오면서 오늘 저녁 기도회 때 말씀이 좋았다느니, 정말 감동이 되어서 눈물이 많이 나왔다느니 그래서 화장실로 가서 얼굴을 닦았다느니 하면서 엉뚱한 말만 하고 캔 음료를 혼자 사 먹어서 찔렸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다음 날 새벽에 잠이 깨어 일어났다. 화장실을 다녀와서 보니 유삭도 벌써 일어나 있는지 방에 불이 켜 있었다. 문이 열려 있어서 들여다보니 규티를 하고 있었다. 나도 내 방으로 돌아 와 규티를 한 다음 조금 후에 다시 유삭의 방으로 갔다. 사실은 여전히 캔 음료를 혼자 마신 것에 대해서 마음에 찔렸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었지만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는 것은 젊잖치 못하다는 생각이 들어 에둘러 물어보기로 했다. 그래서 우선 어제 자카르타에 다녀 온 것에 대해서 어떤 것들을 느꼈는지 이것저것 물어 보았다.

유삭은 자카르타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서 몇 가지 자기의 소감을 이야기 하더니, 사실은 기차 안에서 좀 창피한 일이 있었다고 이야기 했다. 그래서 나는 속으로 '흠, 그러면 그렇지 틀림없이 그 캔 음료 사먹은 것에 대해서 이야기 할 꺼야. 저도 인간인데 양심이 있지, 나는 혼자 사먹어 본 적이 없는데, 저 혼자 사서 나에게는 권해 보지도 않고 먹었으니 그게 가장 창피한 일이겠지.' 하는 생각을 하면서 유삭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