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에서 웃고 계시는 하나님

뒤에서 웃고 계시는 하나님

7-5 므라삐 화산과 시내산 (2)

작성자
손창남
작성일
2017-03-04 19:06
조회
74
강사 문제가 해결되는가 싶더니 이제는 다시 장소 문제가 터졌다. 수양회를 한 달 앞두고 므라삐 화산이 터진 것이다. 물론 대부분의 용암은 서쪽에 있는 문띨란이라고 하는 곳으로 흐르도록 시멘트 길을 만들어 놓았다. 그러나 문제는 화산폭발시에 나오는 뜨거운 김이다. 화산이 폭발하면 돌이나 화산재가 날아오기도 하지만 제일 무서운 것은 뜨거운 김이 산등성을 타고 내려오면서 인가를 덮쳐서 순식간에 동물들과 사람을 죽이게 된다.

96년 말에 화산이 폭발했을 때도 뜨거운 김으로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물론 사람이 살고 있는 깔리우랑이라고 하는 지역에는 경보 장치가 되어 있어서 지진의 관측결과에 따라서 주민들을 소개하는 시스템이 있었다. 하지만 이미 위험수위가 넘는다고 생각한 당국이 수양회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일반인이 깔리우랑 지역에 들어가는 것이 허락지 않았다.

그래서 많은 학생들이 깔리우랑이 수양회 장소라는 것 때문에 수양회 등록을 하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기도하면서 장소를 바꾸지 않고 두따와짜나 게스트 하우스를 수양회 장소로 사용하기로 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우리 수양회가 있기 바보 직전에 깔리우랑 지역으로 민간인이 들어가는 것이 허락 되었다.

깔리우랑에서는 므라삐 정상이 바로 앞처럼 보였다. 그 정상에 용암이 흐르고 연기가 뿜어져 나오는 상황은 출애굽기와 얼마나 잘 맞아 떨어졌는지 모른다. 시내산에서 모세가 말씀을 받던 장면이 우리가 화산 아래서 수양회를 하며 말씀을 받는 것과 너무나 흡사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수양회에서 조이 역사상 처음으로 성찬식을 하기로 했다. 나는 안수 받은 목사가 아니기 때문에 형제자매들과 성찬식을 함께 하고 싶었지만 우리를 파송한 교회의 전통을 존중하는 의미에서 성찬 인도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 마침 조경호 목사님이 오신다니 오신 김에 성찬식을 인도해달라고 부탁을 드린 것이다.

문제는 족자에서는 포도주를 사기가 힘들었다. 인도네시아는 이슬람이 많은 국가라서 자카르타 같은 대도시라면 모르지만 죡자 같은 시골 지역에서는 술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조 목사님께 오실 때 포도주를 사다 주실 수 있는지를 물었다. 목사님은 한국에서부터 포도주 한 병을 가장에 넣어가지고 오셨다.

예전에 세무대학 기독학생회 때도 수양회마다 조경호 목사님이 오셔서 말씀을 가르쳐주셨는데 족자에서 조이 학생들을 위해서도 조 목사님은 열심히 말씀을 전해 주셨다. 학생들은 조 목사님이 가르쳐주시는 출애굽기 성경공부에 매료 되어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말씀을 공부했다.

특히 수련회 후에 학생들에게 무엇이 가장 인상적이었느냐고 물었더니 강사와 내가 어떻게 그렇게 친할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조 목사님과 나는 정말 격의없이 서로를 디스하기도 하면서 함께 말씀을 전했다.

하지만 내게는 므라삐 화산과 모세가 올라갔던 시내산이 오버랩된 것이 가장 인상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