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에서 웃고 계시는 하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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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므라삐 화산과 시내산

작성자
손창남
작성일
2017-03-03 18:29
조회
72
7-5 므라삐 화산과 시내산

아침에 일어나면 수양회 장소로 사용하는 두따와짜나 대학교 게스트 하우스의 방안에 있는 작은 창을 통해 므라삐 화산 꼭대기를 보았다. 마치 옹기점 굴뚝에서 연기가 오르는 것처럼 므라삐 화산 꼭대기에서는 끊임없이 연기가 피어올랐다. 다행히 용암은 미리 만들어 놓은 골을 따라 서쪽 문띨란 쪽으로 흘러내렸다.

97년 1월 조이는 수양회 장소를 놓고 고민했다. 약 80명가량 되는 조이 회원들이 수양회를 하기에는 므라삐 화산의 자락에 있는 깔리우랑이라고 하는 곳에 위치한 두따와짜나 게스트 하우스가 제격이었다. 약간 비싸기는 하지만 숙소나 음식이나, 전체가 모여서 성경을 공부하는 프로그램에 있어 두따와짜나 게스트 하우스를 따라올 만한 곳은 없었다. 날씨도 선선해서 마치 우리나라 초가을 같았다.

그래서 두따와짜나 대학교 게스트 하우스를 이번에도 사용하려고 했었다. 그런데 이것이 웬일인가, 96년 말에 므라삐 화산이 폭발을 한 것이다. 므라삐 화산은 해발이 2900 미터가 넘는 아주 높은 산이다. 그 산의 꼭대기에 분화구가 있는 데 거기서 가스와 연기가 계속 솟아 나오고 있다. 이 산은 죡자의 사람들에게는 영산으로 알려 져 있다. 가끔씩 우리 집에서 바라보노라면 용암이 산꼭대기에서 내려오다가 나무가 있는 부분에 오면 불이 붙어서 그 광경이 정말 장관이다. 마치 시내산에서 모세가 떨기나무가 타는 것을 보는 것 같았다.

처음부터 인도네시아 학생들과 수양회를 한 것은 아니었다. 조이가 성장하면서 나는 영적인 공급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미 세무대학 기독학생회 때에도 말씀만을 집중적으로 공부하는 수양회를 통해 가장 영적인 활력을 얻었다. 처음 수양회를 하기로 한 것은 첫 번째 본국사역을 마치고 족자로 다시 돌아와서부터였다. 문제는 강사였다. 인도네시아 말을 할 주 알고 성경을 깊이 있게 가르칠 사람을 찾는 것은 쉬운일이 아니었다.

우연한 기회에 제프라는 미국 선교사를 알게 되었다. 그는 나자렛이라는 마이너 교단에서 파송된 선교사였는데 그는 나사렌 신학교에서 성경을 가르치고 있었다. 마침 우리 아이들이 제프네 아이들과 비슷한 또래여서 잘 어울렸다. 우연히 족자에 있는 선교사들의 모임에 갔다가 제프를 만났는데, 그는 한국 선교사에 대해서 무척 친근하게 대해주었다. 그래서 그 후 제프네 가족을 우리집에 초대하기도 하고 우리가 제프네를 방문하기도 했다.

제프에게 수양회의 필요를 이야기 하고 한국 죠이에서 내가 받았던 영적인 영향력을 이야기 하자 제프도 공감 했다. 나는 제프에게 96년 1월 수양회에서 빌립보서를 가르쳐 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제프는 아주 기쁘게 그렇게 하겠다고 말했다. 우리는 빌립보서를 3박 4일 동안 하기로 했다. 그러나 학생들은 겨우 4장에 불과한 빌립보서를 어떻게 그렇게 긴 동안 다른 활동도 없이 할 수 있냐면서 2박 3일로 하자고 했다.

빌립보서 성경공부는 아주 성공적이었다. 수양회는 먼저 성경을 읽고 함께 그룹으로 귀납법적 방법으로 주제와 교훈들을 토론하고 제프가 각장을 가지고 말씀을 전해 주었다. 수양회를 마치고 평가회를 가졌는데 학생들은 성경공부를 하기에는 2박 3일이 너무 짧다면서 앞으로 수양회는 3박 4일이 좋겠다고 말했다.

97년 초의 수련회에서는 출애굽기를 공부하기로 했다. 그리고 이번에도 제프 퍼스너가 수련회를 인도해 주기를 기대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96년 말 제프네가 교단 회의가 급하게 소집되어 그 기간동안 미국을 방문하게 된 것이다. 정말 황당한 상황이었다. 급하게 강사를 구해야만 했다. 이때 다시 조경호 목사님을 생각했다. 조경호 목사님은 내가 필요할 때 언제나 도움을 주었다. 조 목사님은 바쁜 스케쥴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오시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