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에서 웃고 계시는 하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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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오해와 진실

작성자
손창남
작성일
2017-02-27 22:54
조회
66
7-2 오해와 진실

중학교 때에 읽었던 러시아의 단편 소설 작가 안톤 채홉이 쓴 단편 소설 하나를 읽었던 기억이 난다. 이미 오래 되어서 정확하게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제목이 '변명'쯤 되는 것 같다. 이야기는 이렇게 진행된다.

러시아 어느 마을에 구두쇠 영감이 살았다. 그가 하루는 읍내 장에 갔다가 길에서 노끈 하나를 줍는다. 집에 가지고 가면 유용하겠지만 그는 그것이 창피했다. 그래서 사람들이 자기가 딴 전을 피우는 것처럼 보이려고 좀 이상한 제스쳐를 쓰면서 땅에 앉았다가 일어나면서 슬그머니 그 노끈을 주어 주머니에 넣어 두었다.

꽤 많은 사람들이 장에 있었지만 아무도 자신이 노끈을 땅에서 줍는 것을 보지 못했다고 생각하고 영감님은 장의 이곳저곳 구경을 하고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서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주문한 음식이 나오고 그가 식사를 막 시작하려고 할 때 식당 문 안으로 경찰 두 사람이 들어 와서 영감님을 연행해 갔다.

경찰서에 가서 영감님은 그 동네 부자가 장에서 지갑을 땅에 떨어뜨렸다는 이야기를 알게 된다. 그리고 사람들이 영감님이 땅에서 사람들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애쓰면서 무언가를 집어 들고 얼른 자기 주머니에 넣었다는 이야기를 해 주었다는 것이다. 영감님은 할 수 없이 자기가 주은 것은 노끈이라며 주머니에서 노끈을 보여 주었다. 처음에는 경찰이 믿지 않았지만 별 다른 혐의점을 찾을 수도 없고 부자가 잃어 버렸다는 지갑이 영감님의 짐에서 나오지도 않았기 때문에 무혐의로 풀려나게 되었다.

영감님은 경찰서에서 나오면서 기분이 좋았다. 자신이 아무 혐의가 없어서 아무런 죄도 없이 나왔으니, 그런데, 동네 분위기는 그것이 아니었다. 사람들은 이 영감님이 나타나기만 하면 수근수근거렸다. 영감님은 처음에는 눈치 채지 못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이 자기를 아직도 의심해서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사람들이 모여있기만 하면 가서 자기가 땅에서 주은 노끈 이야기를 했다. 사람들은 그럴수록 더욱 의심을 했다. 만약 자기가 혐의가 없다면 왜 저러고 다닐까 하고, 영감님은 점점 더 괴로워하다가 결국 돌아가신다는 이야기다.

사람의 오해가 얼마나 무서운가를 소설 속에서가 아니라, 실제 상황에서도 자주 일어난다. 인도네시아에 있을 때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어리석은 오해로 마음을 편하게 가지지 못한 때가 많았다. 그 가운데 하나를 소개하고 싶다.

98년 5월1일 나는 자카르타를 방문했다. 당시에는 이미 전임 간사가 다섯 명이나 되었으며 다방면에서 죠이 사역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을 때였다. 자카르타에는 당시 전임 간사로 섬기던 유삭, 그리고 에디가 함께 동행했다. 나는 다른 일이 있어서 나는 미리 자카르타에 가있었고, 유삭과 에디가 나중에 오게 되었다.

그날따라 자카르타 분위기가 아주 어수선했다. 당시만 해도 경유 1리터에 700 루삐아밖에 하지 않았다. 그러나 97년 후반부터 시작된 외환 위기의 부채를 갚기 위해 수하르토 정권은 서민들의 목을 죄는 유가 인상으로 이 문제를 안이하게 해결하려고 했다. 원래의 계획은 기름값 인상을 그날 자정을 기해서 하려고 했었는데, 한 두 푼이 오르는 것도 아니고 그 당시로서는 서민들에게 70% 인상이 가히 천정부지의 가격인상으로 느껴졌으니 소문이 소문을 낳아 자카르타의 모든 차들이 주유소로 몰려들어 아수라장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