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와 선교

문화와 선교

문화와 선교 6

작성자
손창남
작성일
2016-10-28 23:30
조회
138
위에서 언급한 폴 히버트의 정의보다 더 쉽게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아마도 가장 간단하게 문화를 말하면 게임의 룰과 같다고 할 수 있다. 같은 게임이지만 동네마다 게임의 룰이 다를 수 있고 시간이 변하면서 게임의 룰이 달라질 수도 있다.



내가 어릴 때 윷놀이에는 빽도라고 하는 것이 없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사람들이 새로운 룰을 첨가해서 더욱 재미있는 윷놀이를 즐기는 것 같다. 최근에는 윷판에 천국과 지옥을 넣어서 더 흥미로운 게임을 즐기기도 한다. 만약 윷놀이를 하는 사람이 자기는 빽도를 인정할 수 없다든지 혹은 천국과 지옥을 인정할 수 없다든지 하면 그 사람은 게임에 참여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예를 들어 동네 축구에서는 옵사이드 (off-side)를 적용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어떤 사람이 옵사이드 룰을 적용해야 한다고 우긴다면 그는 아마 FIFA로 보내져야 할 것이다. 선교지에 간 선교사들도 마찬가지다. 그곳의 룰을 따르지 않는다면 그에게 남은 일은 아웃 밖에는 없을 것이다.



● 찜질방에 간 선교사



태국에서 오랫동안 사역을 한 선교사가 목욕탕에 갔다. 사실은 그곳이 찜질방이었는데 그런 사실은 모르고 간 선교사는 프론트에서 돈을 내자 휴게실에서 입으라고 주는 옷을 어떻게 처리하는 방법을 몰랐다. 그 선교사는 탈의실에서 옷을 벗어 옷장에 넣었다. 하지만 프론트에서 받은 옷은 어떻게 할 지 난감했다.



그는 잠시 생각을 하다가 그 옷을 입은 채 목욕탕 안으로 들어갔다. 약간 주저가 되기는 했지만 그는 탕 속으로 옷을 입은 채로 들어갔다. 그 선교사가 가장 먼저 목욕탕에 갔기 때문에 아무도 제재하는 사람이 없었다.



조금 후 목욕탕의 문이 열리고 홀딱 벗은 남자 두 명이 들어왔다. 탕 속에 앉아 있던 선교사가 매우 의아하게 생각했다. ‘왜 저 사람들은 나처럼 옷을 입고 들어오지 않는 것일까?’ 벗은 사람들도 옷을 입고 있는 선교사를 동일하게 생각했을 것이다. 조금 후에 들어온 때밀이 아저씨가 그 선교사를 향해서 고함을 치고 나가라고 했을 것은 충분히 상상이 가는 일이다.



왜 그 선교사가 목욕탕에서 옷을 입고 있으면 안 되는가. 그것은 그저 룰이라고 할 수 있다. 만약 그 선교사가 수영복을 입고 입욕을 해야 하는 일본의 온천에 가서 옷을 벗었다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는가.



한국 사람들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한국 문화는 한국에만 적용되는 룰이 아니고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표준 룰일 것이라고 하는 생각을 하고 다닐 수 있다. 그리스에서 사역하는 선교사는 비전 트립을 온 권사님들 가운데 등산복을 입고 오시는 분들 때문에 부끄러워 한 적이 여러 번 있다고 고백하는 것을 들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산이 아닌 곳에서 등산복을 입고 다니는 것이 아무렇지 않을 수 있다. 그것은 한국의 룰이니까. 하지만 그리스의 유적을 찾는 사람들 가운데 등산복을 입고 다니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그 이야기를 듣고 얼마 되지 않아 독일에 회의가 있어서 가게 되었다. 회의가 끝나고 오래된 도시 하이델베르그를 구경하러 갔는데 그 많은 관광객들 사이로 한국 부부가 등산복을 입고 다니는 것을 보았다.



이렇게 한국 문화가 세계적으로 적용되는 룰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특징이 있다. 이런 분들은 늘 이런 질문을 한다. “이 사람들은 왜 이렇게?” 혹은 “이 사람들은 왜 이걸 안 하지?”



하지만 한국 문화는 한국에만 적용되는 룰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이렇게 묻는다. “여기서는 어떻게 하나요?” 그리고 수시로 묻거나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하는지를 관찰해야 한다.



우리가 단기 선교를 떠나든 장기 선교사로 떠나든 혹은 유학이나 이민을 위해서 타국에 간다고 할 때는 인천공항에서 비행기가 이륙하는 순간부터 한국의 룰은 이제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것을 명심하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