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행전에 나타난 선교의 두 가지 모델

사도행전에 나타난 선교의 두 가지 모델

사도행전에 나타난 선교의 두 가지 모델 18

작성자
손창남
작성일
2016-10-28 23:53
조회
85
그리스도 공동체 안에서의 나눔은 강제적 나눔이 아닌 자발적 나눔이어야 합니다. 강제적 나눔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본질과 상충됩니다. 따라서 강제력이 동원되지 않는 한 강제적인 나눔의 형태가 유지되기 어렵습니다. 예루살렘 공동체가 보여준 모습은 바로 이런 자발적 나눔이라고 보아야 합니다. 어떤 이들은 기독교 공동체가 보여주었던 이런 나눔이 공산주의의 모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필자의 입장에서는 아전인수적 해석입니다.



필자가 속한 OMF라는 단체는 다른 단체와는 다른 독특한 재정 시스템으로 그 동안 잘 알려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 풀링 시스템을 바꿀 수밖에 없었습니다. OMF의 풀링 시스템은 그리스도인들의 아름다운 공동체성의 구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150년 가까이 오엠에프는 이 전통을 지키려고 무던히 노력을 했습니다. 하지만 10년 전부터 오엠에프는 풀링 시스템을 수정하게 되었습니다.



오엠에프가 130년 이상 지켜온 풀링 시스템을 왜 바꾸었는가에 대해서 의문을 가지고 계신 분들을 위해서 조금 말씀을 드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장 어려운 문제는 전체적으로 후원이 낮아진다는 것입니다. 제가 오엠에프에 join한 1990년부터 상당한 기간 동안 OMF 전체의 후원은 70% 80%에서 맴돌았습니다. 따라서 선교사들의 삶의 질은 매우 열악했습니다. 물론 오엠에프는 simple life를 하나의 가치로 생각하는 단체이니 현지인들처럼 사는 것이 문제가 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선교사들이 현지인들보다도 더 어렵게 살았다는 것입니다. 믿어지지 않으시겠지만 적어도 제가 인도네시아에서 경험한 것은 선교사 수련회에 현지인들이 헌옷을 가지고 오면 선교사들이 골라서 입었습니다.



이렇게 되는데 일조를 한 것은 풀링 시스템 안에 있는 선교사들의 태도였습니다. 재정에 대한 부담을 많이 느끼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개별적으로 헌금이 자신의 지출과 직결되는 시스템에서는 선교사들을 후원하는 교회나 개인이 후원을 끊겠다고 하면 즉시 반응을 합니다. 하지만 풀링 시스템에서는 감각이 무뎌집니다.



저도 선교지에 있을 때 만약 어떤 교회가 건축 때문에 후원을 중단하겠다고 하면 "아, 목사님, 다시 한 번만 생각해 주세요. 저희는 현재 후원이 부족해서 힘듭니다." 이렇게 해 본 적이 없습니다. 매우 고상하게 "아, 그 동안 후원 해 주신 것만도 감사합니다. 주님께서 다른 방법으로 채워주시겠지요." 하고 말았습니다.



지출 쪽에서는 상당히 압박을 했습니다. 자녀가 없는 부부는 두 사람의 생활비만, 자녀가 다섯 있는 부부는 다섯 자녀의 생활비와 교육비까지 모두 풀에서 가지고 갑니다. 그러니 너무나 공평하지 못하지요. 심지어 자녀가 셋인 선교사는 한 때 오엠에프에 허입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풀에서 너무 많이 가지고 가니까. 뭔가 잘 못되어 있지요.



그래서 오랜 논의 끝에 개인적으로 자신의 재정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결론을 맺게 되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풀링을 풀어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그 정신은 지켜지고 있습니다. 풀링은 오엠에프에서 더 이상 강제적 의무가 아니라 자발적으로 바뀐 것입니다.



나눔이라고 하는 정신은 좋은데 때로는 우리의 타락한 본성과 배치되는 상황에서 갈등하고 고민하게 되는 것이지요. 인간은 시간이 지나도 비슷합니다. 제도보다는 정신이 중요합니다. 제도는 바뀌어도 정신을 유지될 수 있습니다. 그러니 강제적인 공동체의 나눔을 실천하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 정신이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이 정신이 안디옥 교회에도 남아있었고, 결국 로마제국 전역에서 그 아름다운 정신이 남아 있었다고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