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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을 선사한 두 개의 손 편지

작성자
손창남
작성일
2016-09-07 23:12
조회
522
요즘은 손으로 쓴 편지를 받는 것이 하늘의 별따기만큼이나 쉽지 않는데, 최근 두 사람으로부터 감동의 손 편지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제게 그 편지들이 큰 감동이 된 것은 손으로 쓴 것이 문제가 아니라 그 내용이었습니다.

하나의 편지는 제천에 계시는 장 목사님이라는 분으로부터 받은 것입니다. 지난 5월 미국 워싱턴 DC에 있는 열린문 장로교회서 PSP 집중강의가 있었습니다. OMF 책을 몇 권 가지고 갔는데, 몇 권이 남았습니다. 그곳에서 선교목사로 수고하는 장규석 목사님이 여러 면에서 수고를 많이 하셔서 책을 한 권 드리고 싶었습니다. 책이 몇 권 남았는데, 혹시 원하는 책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산비를 읽고 싶다고 하시더군요. 그런데 마침 산비 책이 떨어져서 드릴 수가 없었습니다. 저는 산비 책을 한국에서 미국으로 붙여드리겠다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한국에 도착해서 책을 보내려고 할 때 장 목사님이 아버님이 제천에서 계시는데 아버님께 보내드리면 된다고 해서 아무 생각 없이 가르쳐주신 주소로 산비 책을 한 권 보내드렸습니다. 그런데 그 책을 읽으신 장 목사님의 아버님이 산비를 읽은 소감을 손으로 손수 쓰셔서 제게 보내주신 것입니다. 장 목사님의 아버님은 감리교 목사님으로 은퇴를 하시고 지금은 제천에서 호스피스 사역을 하신다고 자신을 소개하셨습니다.

알고 보니 미국의 장 목사님이 아버지께 산비라는 책이 OMF에서 오면 먼저 읽고 자기에게 보내달라고 이야기를 하신 모양입니다. 저는 얼마나 감동을 받았는지 모릅니다. 그래서 이런 독자라면 OMF의 책을 더 보내드려야 하겠다고 생각되어 “족자비안 나이트”, “예수를 따르는 길” 등 네 권을 보내드렸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몇 장에 다시 손으로 쓰신 편지를 보내주신 것입니다. 편지 안에서 책을 읽고 받으신 감동을 빼곡하게 적으셨습니다. 그런데 저를 거의 쓰러지게 만든 내용이 따로 있었습니다. 편지 안에는 가족들과 맛있는 것 먹으라며 우편환 10만 원짜리 한 장을 넣어 보내신 것입니다. 그러면서 편지의 말미에는 바쁘실텐데 답장하지 말라고 하는 당부의 말까지 하셨습니다.

10만 워짜리 우편환은 OMF 패밀리 재정으로 넣고 즉시 제천에 계신 장 목사님 아버님을 패밀리 멤버로 등록을 해드렸습니다. 말하자면 특별 회원이신 거지요.

그런데 며칠 후 "교회와 선교" 책을 받아보시고 감동을 다시 손 편지를 써서 보내신 것입니다. 선교에 대해서 새롭게 알게 된 것이 많으시다면서... 목사님의 겸손과 배려에 저뿐 아니라 OMF 사무실의 모든 간사들을 감동시키셨습니다.

또 하나의 손편지는 홍성에서 사역하는 목사님 사모님으로부터 받은 것입니다. 작년 말 이메일을 하나 받았습니다. 자신을 문영수가고 밝히고 자기가 아주 오래 전 남현교회라고 하는 곳에서 나에게 성경을 배운 학생이었다고 밝히며 자기를 기억하겠느냐고 한 것이었습니다. 척추에 문제가 있어 서울에 있는 병원에 입원을 하고 있었는데, 그 병원 도서관에서 족자비안 나이트라는 책을 발견하고 저자가 손창남이라고 되어 있어 혹시나 하며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자신이 고등학생일 때 교회에서 성경을 가르쳐 준 분과 싱크로율 100%라는 확신을 하고 책에 있는 제 이메일 주소로 메일을 보냈다는 것입니다.

나이가 들면서 점점 사람의 이름을 기억하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오히려 옛날 기억은 또렷한 것이 증명이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기억이 났습니다. 거의 40년을 거슬러 올라가서 상도동에 위치한 남현교회에서 중고등부 교사로 성경을 가르쳤던 생각이 났습니다. 반가워서 연락처를 알려달라고 해서 결국 전화로 안부를 묻게 되었습니다. 홍성에서 농촌 목회를 하는 남편 목사님과 함께 작은 교회에서 섬기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혹시 서울에 올 기회가 있으면 만나자고 했습니다. 그리고 한 동안 연락이 없었습니다.

6월 초 문 사모님으로부터 다시 전화가 왔습니다. 남편이 다리가 아파 서울에 있는 병원에 왔는데 혹시 선생님을 만날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그 날은 모처럼 결혼한 아들 내외와 함께 저녁식사를 하기로 한 날이었습니다. 오후 3시 경에 전화를 걸어 혹시 만날 수 있느냐고 묻는데 차마 가족 모임이 있어서 다음에 만나자고 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렇다고 저녁을 대접할 수 있는 시간 여유도 없고 제가 그 사모님이 있는 지역으로 갈 수도 없어 혹시 내가 사는 천호역 근처의 까페에서 한 시간 정도 만날 수 있겠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러겠다고 해서 짧은 시간의 만나기로 했습니다.

까페에 나타난 옛날 제자를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훌륭한 목사님을 남편으로 만나 어렵지만 농촌에서 귀한 사역을 맡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정말 제자가 자랑스러웠습니다. 제자는 가방을 뒤적거리더니 감자와 토마토를 꺼내며 자기가 텃밭에서 기른 것이라며 건넸습니다. 얼마나 귀한 것을 저 주겠다고 홍성에서부터 가져 온 것, 그리고 남편이 입원해 있는 병원서부터 서툰 서울 지리를 물어가며 제가 사는 곳까지 온 것이 감사하기로 하고 미안하기도 했습니다.

저는 준비해간 것을 건네주었습니다. 우선 제가 쓴 책 세 권과 예수를 따르는 길을 봉투에 넣어 건네주고 제가 하는 동원사역에 대해서 설명을 했습니다. 그리고 혹시 관심이 있으면 패밀리 멤버에 가입하면 이런 책을 받아 볼 수 있다고 설명를 했습니다. 제자는 자기가 책을 좋아한다면서 시골에서는 읽을만한 책을 구하기가 어렵다고 자기가 가입을 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헤어졌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후회가 되었습니다. 농촌 사역을 하면서 경제적으로 쉽지 않을 목사님 사모님에게 아무리 한 달에 단 돈 5천원이라고 해도 부담을 준 것 같아서요. 그런데 제자로부터 패밀리 멤버 가입신청서가 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 집으로 택배가 왔습니다. 상자를 열고 너무나 감동이 되어 쓰러질 뻔했습니다. 상자 안에는 집에서 길렀을 방울토마토, 호박, 양파, 그리고 미숫가루와 봉투 하나가 있었습니다. 봉투에는 손으로 쓴 편지와 패밀리 신청서 그리고 현금 3만원이 들어있었습니다. 자신만 패밀리 신청을 하지 않고 성도들과 좋은 책을 함께 읽고 나누고 싶어 계속 성도들에게 권했지만 신청하는 사람들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시간이 많이 지났다는 이야기, 그래서 남편과 자신이 각각 한 구좌씩 두 구좌를 신청한다는 이야기, 그리고 원래 6월부터 패밀리 후원을 하려고 했는데 못해서 3개월치 3만원을 동봉한다는 이야기가 적혀있었습니다.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분들을 섬기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