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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T 94: 수직적 조직문화와 수평적 조직문화

작성자
손창남
작성일
2024-02-21 22:26
조회
24
우리는 수평적 조직이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고 수평적 조직은 조직원들이 모두 평등하게 취급받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수평적 조직이라고 할 때 다음과 같은 요소들이 있음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1. 조직 내에서 각 사람의 인격이 동등하게 존중되고, 취향, 신념 등의 다양성이 수용된다.
2. 조직 내에서의 공식적 위계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
3. 조직 내에서 공식적 위계에 따라 의사결정이 되는 것이 아니라 의견의 합리성, 타당성 등을 기준으로 의사결정이 된다.

수평적인 조직에서는 인격적 평등과 기능적 불평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위의 1번과 2번은 인격적 평등과 관련이 있다. 이를 위해서 조직 내에서 직급, 혹은 호칭을 폐지하거나 통일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모든 사람들을 프로라고 부르는 것이 한 방법이다. 혹은 신앙공동체에서라면 모두를 형제, 혹은 자매라고 부르는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닉네임을 사용하기도 한다. 그룹 상당을 할 때 흔히 이런 방법을 사용한다. 상대방의 이름을 부르는 것이 불편하기 때문에 각자 닉네임으로 부르기로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별님, 사슴, 시냇물, 옹달샘, 등으로 자신의 호칭을 정해주면 다른 사람들이 그렇게 부르는 것이다. 아니면 영어로 상대방의 이름을 부르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3번은 아무리 수직적인 조직에서도 기능적 불평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마다 여러 가지 면에서 전문성, 경험, 정보 수준이 다르다. 따라서 의사결정을 할 때 각 참여자의 전문성에 따라 의사결정의 지분을 달리 부여해야 한다. 예를 들어 수술을 할 때, 전문의와 수련의는 모두 의사이지만 전문성과 경험에 있어서는 차원이 다르기 때문에 아무리 수직적인 조직문화를 추구한다고 해도 불평등을 인정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점을 무시한다면 큰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3. 조직 문화의 세 가지 차원

조직문화도 로이드 콰스트의 동심원에서 본 것처럼 적어도 세 가지 차원으로 설명할 수 있다.

(1) 행동양식: 조직의 구성원들이 보여주는 가장 가시적이며 외면적인 문화의 영역이다. 앞에서 든 네 개의 선교단체 멤버들이 보여주는 폭설이 내린 후의 행동이 이에 속한다. 회의를 할 때 정해진 시간에 시작하고 정해진 시간에 마치는 것도 이런 행동양식에 들어간다. 문제는 행동의 변화만을 강조하면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다시 원점으로 회귀한다는 것이다. 로이드 콰스트가 말하는 동심원의 안 쪽에 있는 요소들이 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2) 가치: 조직 안에 명시이거나 함축적인 준거의 기준이다. 위에서 언급한 행동양식에 비해서 덜 가시적이다. 이런 가치는 신입사원일 때 오리엔테이션 등을 통해 전달된다. 하지만 조직 내부에서 시간이 지나면서 몸으로 체득하게 된다. 예를 들어 OMF에 들어가기 전, OMF 선교사들은 단순한 삶 (simple life)를 강조한다고 들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에 도착해서 그 실상을 알게 되었다.

(3) 신조: 행동양식을 결정하는 것이 가치라면 가치를 결정하는 것의 전제조건이 바로 신조다. 대개는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아 상당한 시간이 지나도 조직 외부의 사람들이 이해하기 어렵다. 앞에서 언급한 싱가포르의 어떤 회사의 조직문화의 예를 들었다. 그곳에서는 오래된 직원이 경험과 지식이 많다는 전제가 있었다. 그래서 신참은 아무리 능력이 있어도 자신의 의견을 회의석상에서 발표하는 것이 암묵적으로 금지되어 있는 것이다.

따라서 조직의 문화를 바꾸려고 한다면 행동양식을 바꾸려고 할 것이 아니라, 조직이 생각하는 가치, 그리고 더 나가서 신조에 대한 평가를 해보고 이를 조직원들이 함께 바꾸어 나가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