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라비안 나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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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라비안 나이트 23

작성자
손창남
작성일
2016-10-28 22:55
조회
63
찬양을 부르는 시간이 계속 되었지만 나는 원고 없이 설교를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를 놓고 계속 고민하고 있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교인들에게 나누어준 수련회 매뉴얼에 내가 할 설교의 제목과 본문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것을 가지고 다섯 번의 설교를 해야 한다.



드디어 찬양이 끝나고 나는 설교를 위해서 강대상이 있는 곳으로 올라갔다. 그저 성령님만을 의지해야 했다. 마이크 앞에서 침착해지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가장 자신 있는 것부터 해야 했다. 그래서 인도네시아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먼저 나누었다. 인도네시아 이야기라면 그래도 할 이야기는 많았다. 그리고 본문 말씀에 있는 내용과 약간 연결 시켜서 결론을 내리고 기도하고 내려왔다. 주님께도 죄송하고 성도들에게도 죄송했지만 이야기를 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첫날 집회가 끝나고 녹초가 되어 숙소로 돌아갔는데 잠이 잘 오지 않았다. 숙소가 한탄강 바로 옆에 있었는데, 그날 하루동안 기록적인 비가 내려서 한탄강이 범람할 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게다가 밤에 숙소 지하가 나이트클럽이어서 어찌나 밴드 소리가 큰 지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었다. 잠이 안 오는 것이 다행이었는지도 모른다. 다음에 할 설교준비를 해야 했는데 제목과 본문만을 보면서 설교 준비를 할 수 있었다.



다음 날인 화요일 오전이 되었을 때 날씨는 찌는 것 같았다. 모임 장소로 갔는데 엄청난 일이 벌어졌다. 첫 날 집회 때 맨 뒤에 있던 중학교 아이들이 모두 맨 앞으로 나와 앉은 것이다. 그 전 날 밤의 내 설교가 재미있어서 중학생들이 모두 맨 앞으로 나와 앉기로 했단다.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



나는 강대상에 올라가서 다시 인도네시아 이야기를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본문과 제목을 보면서 약간의 연결되는 메시지를 전할 수밖에 없었다. 다섯 번의 설교가 모두 그렇게 진행이 되었다. 그런데 성령님이 역사하신 것 같았다. 집회는 은혜 속에서 진행되고 맨 앞자리를 차지한 중학생들 가운데 졸거나 다른 짓을 하는 학생들은 한 명도 없었다. 모두 말씀에 집중하고 있었다.



수련회 기간 중에 안수집사님 한 분이 점심식사를 내시겠다고 해서 담임 목사님 내외분과 함께 장어구이를 먹으로 갔다. 식사를 내는 안수집사님이 식사하시면서 또 미안하게 내 설교 이야기를 했다.

“선교사님, 말씀은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다가도 끝에는 언제나 말씀으로 돌아오던데요. 은혜를 많이 받았습니다.”

나는 ‘감사합니다!’ 하는 말 외에는 아무 말도 더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렇게 여러 사람 앞에서 인도네시아에서 하나님이 하신 일을 이야기 한 경험들이 후에 족자비안 나이트를 저술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어쨌거나 이렇게 해서 우리 가족의 한국 정착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