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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바다

작성자
손창남
작성일
2016-10-09 04:31
조회
38
(거의 시를 쓰지 않는데 이번 휴가지에서 새벽에 일어나 끄적거려본 자작시입니다.)



새벽 바다



새벽 바다는 온통 빛의 향연

아무리 휴가라도

여명에 벌어지는

잔치를 지나칠 수 없다.



구름 사이로 붉은 빛이 번지면

경포 앞바다가 기지개를 켠다.

실눈 같은 모랫길을 사이에 두고

잠자던 경포호도 눈을 비빈다.



현란한 두 물은 새벽 단장에 정신이 없는데

흰 모래 위에 뿌리를 박고 서 있는

검푸른 해송은 그 쪽으로 눈길 한 번 주지 않는다.



하늘, 바다, 호수,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빛의 조화

나그네의 묶은 피로는

잠시 날아가 버렸다.



태풍에 밀려온 심술첨지 구름

소리 없이 벌어지는

사치스러운 잔치를

그대로 버려둘 리 없다.



새벽을 기다리기라도 한 듯

내리기 시작하는 장마 비

빛의 향연은 끝이 났지만

솔가지를 때리는 우두둑 소리도 싫지 않다.



밤을 하얗게 지새운 젊은이들의 수다는

빗소리와 함께 자자들고

대신 등장한 청소부들의

사각사각 빗자루 소리가 정겹다.



무대 위 주인공들은 바뀌어도

노송의 자세는 한결 같다.

저런 여유를 언제나 배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