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와 선교

문화와 선교

문화와 선교 48

작성자
손창남
작성일
2016-10-28 23:40
조회
91
III. 타문화에서의 메신저



10. 성육신 모델



● 나의 경험



나는 선교지에 가기 전에 세무대학이라고 하는 곳에서 10년 가까이 회계학을 가르쳤다. 세무대학은 우수한 인재들이 공부를 하는 곳이었고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도전도 되었지만 보람도 많은 곳이었다. 그곳에서 회계이론을 가르치면서 학생들이 새롭게 회계학에 눈떠가는 것을 큰 기쁨으로 생각했다. 강의를 하러 갈 때면 언제나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인도네시아에서 새롭게 배운 인도네시아어로 회계학을 가르치기 시작했을 때 이와는 전혀 반대의 상황이 되었다. 대학교수가 학생들에게 큰소리 칠 수 있는 것은 학생들에게 전공용어를 사용하여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도네시아에 도착해서 1년 동안 배운 인도네시아 언어로 회계학을 가르치기 시작했을 때 나는 마치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소같은 느낌이었다.



인도네시아어로 강의를 할 때 말실수도 많았다. 하루는 손익계산서에 있는 여러 가지 이익을 설명하고 있었다. 손익계산서에는 모든 비용과 수익을 한꺼번에 대응해서 당기순이익만을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매출액과 매출원가를 대비해서 그 차액을 매출총이익이라고 표시하고 그 매출 총이익에 영업비용을 대비해서 영업이익이라고 표시하고 거기에 금용거래로 발생하는 비용과 수익을 차감해서 경상이익이라고 표시한다. 거기에 특별 손실과 이익을 차감하면 법인세 차감전 이익이 되고 법인세를 차감하고 나면 법인세 차감 후의 이익이 되는 것이다.



인도네시아 어로 이익은 라바(laba)라고 한다. 이익이 여럿 있다면 라바라바라고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인도네시아에서 복수를 만드는 것은 언제나 같은 단어를 두 번 사용하면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사람이 오랑(orang)인데 사람들 하면 오랑오랑(orang-orang)이라고 하면 된다. 물건은 바랑 (barang)인데 물건들 하면 바랑바랑 (barang-barang)이라고 표기하면 된다. 그래서 나는 이익이 여럿이면 라바라바라고 하리라 생각한 것이다.



“손익계산서에는 여러 개의 라바라바가 있습니다. ”

그 말을 듣는 순간 갑자기 강의실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조용히 내 강의를 듣던 학생들이 데굴데굴 구르며 웃기 시작을 한 것이다. 나중에 알게 된 것은 라바라바는 거미라는 뜻이다. 그래서 현지인들은 라바라바라고 하는 단어가 이미 있기 때문에 이익에 대해서는 복수를 만들어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내가 강의실에서 한 실수는 강의실 밖을 훨훨 날아다닌다. 내가 건축학과 옆을 지나도 친구들에게서 들었는지 학생들이 내 뒤에서 수군거리면 “라바라바”라고 하는 소리를 듣게 된다. 만약 내가 한국에 있었다면 이런 일은 당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