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와 선교

문화와 선교

문화와 선교 14

작성자
손창남
작성일
2016-10-28 23:32
조회
133
● 성급한 판단



문화가 다른 곳에서 사람들은 자기의 생각에 기초해서 판단을 하게 된다. 물론 이렇게 하는 판단은 대부분 후에 옳지 못한 판단으로 판명되는 경우가 많다. 다음은 필자가 직접 경험한 내용이다.



수건걸이 사건



첫 텀 동안 다위와 호세는 죡자카르타에 있는 미국 선교사들 가정과 홈스쿨링을 하면서 지냇다. 하지만 둘째 텀에 들어와서 다위와 호세는 쌀라티가에 있는 선교사 자녀 학교에 다니기로 했다. 문제는 기숙사 생화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월요일 아침 일찍 쌀라티가로 가서 금요일에 학교가 끝나면 집으로 돌아 왔다. 기숙사에는 서양 기숙사 보모와 함께 지냈는데, 쉽지가 않았던 것 같다. 우리 아이들에게도 쉽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서양인인 기숙사 부모가 동양 아이들을 데리고 지내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첫째 학기에 화란 출신의 선교사가 다위와 호세를 돌보았다. 남편은 깔리만탄에서 교회개척을 하고 있었고 부인만 세 명의 자녀와 함께 기숙사에서 다른 아이들을 돌보며 지냈다. 아마도 부인 혼자 기숙사를 운영하는 것이 힘들어서였는지, 화란 출신의 기숙사 보모는 아이들에게 한 가지 당부를 했던가보다. 샤워할 때 수건을 걸어놓은 걸이가 벽에서 빠지지 않도록 수건을 앞으로 당겨서 빼지 말고 반드시 위로 당겨서 빼도록 규칙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다위 기숙사에는 다위보다 두 살이 적은 한국 아이가 있었다. 늘 덩치가 큰 화란 기숙사 엄마를 무서워했다. 그런데 어느 날 샤워를 하다가 수건을 앞으로 빼게 되었고, 약한 벽에 겨우 붙어 있던 수건걸이가 드디어 빠져 버린 것이다. 다위가 그것을 목격했다. 두 아이가 쩔쩔 매고 있을 때 마침 화란 선교사가 화장실을 지나가게 되었다. 다위는 그 순간 화란 선교사에게 자기가 잘 못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자 화란 선교사는 왜 규칙을 어겼느냐고 야단을 쳤다.



다위보다 두 살이 어린 수아는 자기가 잘 못한 것을 덮어 주기 위해서 다위가 야단을 맞는 것이 미안해서 사실은 자기가 잘 못을 저지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화란 선교사는 다위가 거짓말을 했다고 하면서 더 기분이 나빠서 더 심하게 야단을 쳤던 것이다.



학기가 거의 끝나는 날 아이들과 아이들의 짐을 가지러 기숙사에 갔더니 화란 선교사는 그런 일이 있었다면서 앞으로 다위가 다시는 거짓말을 하지 않도록 집에서 교육을 시켜달라는 부탁을 했다. 나는 이야기를 듣고 난 다음 아마도 그런 일이 한국에서 있었다면 다위가 거짓말을 했다는 이유로 심하게 꾸지람을 듣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를 해 주었다.



거짓말을 하는 것은 옳지 않지만 한국에서 선배는 후배들을 보호하는 것을 미덕으로 생각한다고 설명해 주었다. 아마도 다위는 자기가 야단맞을 것을 두려워하는 동생을 보호하기 위해서 그렇게 했던 것일 것이라고 말해 주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양 기숙사에서 사는 한 서양 선교사들이 가지고 있는 가치를 따를 것을 가르치겠다는 것도 잊지 않았다.



순간 나는 서양 선교사의 얼굴 속에서 새로운 사실을 발견했다는 것 같은 표정을 읽을 수 있었다. 그것이 사실이었다는 것을 그 후 그 선교사가 우리를 대하는 것을 통해서 알 수 있었다. 그 후 우리는 아주 좋은 친구가 되었다. 그는 한국 사람들을 더욱 이해하려고 노력했고, 자신이 알고 싶은 것에 대해서는 언제나 물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