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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T 113: 과도기와 광야생활

작성자
손창남
작성일
2024-02-29 14:18
조회
26
(1) 변화는 급격하게 찾아온다.
위에서 본 이스라엘 민족의 출애굽 사건은 갑자기 찾아왔다. 출애굽 사건 전 아홉 가지 재앙을 경험하면서도 애굽의 통치자 바로의 마음은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열 번째 재앙을 당하면서 그는 이스라엘 민족들로 하여금 애굽을 떠나게 한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400면 넘게 정착하고 살아왔던 애굽을 떠나 전혀 알지 못하는 땅으로 가야만 했다.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변화는 급격하게 찾아왔다. 유월절 밤을 보내고 순식간에 짐을 챙겨 애굽을 떠났다. 이것은 변화과정의 시작, 즉 과도기의 시작에 불과하다. 변화가 시작되었지만 과도기의 끝이 오기까지는 시간이 걸렸다.

이처럼 급격한 변화의 시작은 과도기의 시작이기도 하다. 이미 대부분의 독자들은 이스라엘의 과도기가 얼마나 걸렸는지를 알고 계실 것이다. 40년의 광야생활을 거치고, 가나안 정복 전쟁을 더 치룬 후에야 과도기를 막을 내릴 수 있었다.

과도기가 어려운 것은 이전 시기에 했던 일들 가운데 많은 것을 그만 두어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이스라엘 백성들은 익숙한 음식을 먹을 수 없었다. 안정된 가옥에 살 수 없었다. 그들은 발효하지 않은 빵, 무교병을 먹어야만 했다. 그야말로 안전지대 (comfort zone)을 떠나야만 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면 그들은 애굽에서 험한 노역을 견뎌야 하는 노예로 살아야 했다.

많은 이스라엘 백성들은 과도기의 광야 여정에서 애굽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하지만 그들은 더 이상 돌아갈 수 없었다. 왜냐하면 홍해를 건넜기 때문이다. 매우 많은 조직에서 조직원들은 변화를 그다지 달가워하지 않는다. 그들 가운데 많은 사람들은 옛날이 좋았다고 노래를 부를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변화를 거부하는 것은 퇴보요, 멸망으로 이를 수 있다는 사실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나에게 가장 큰 변화는 인도네시아에 선교사로 간 것이었다. 언어가 다르고, 문화가 다르고, 아는 사람도 없는 곳에서 언제라도 고국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하지만 내가 건너온 다리는 이미 끊였고, 하나님이 부르신 이 곳에서 내게 맡기신 사역을 해야 한다는 압력이 나는 한 없이 누르고 있었다.

후에 죠이 펠로십이 성장하면서 주님이 함께 하시는 공동체가 되고 신실한 형제자매들과의 교제를 하게 되기까지 나는 마치 광야에서 헤매고 있는 이스라엘처럼 불만과 불평 속에 있었다. 그것은 커다란 전환기였다. 그 전환기는 언어에 진보가 있고, 현지인들의 공동체에서 용납되는 것을 경험하면서 종지부를 찍었다.

하지만 인생 전체로 볼 때 전환기는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11년 동안의 인도네시아 사역을 마무로 하고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 나는 또 다시 커다란 변화를 맞았다. 일단 대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캠퍼스 사역자에서 행정을 포함해서 선교사들의 멤버케어를 해야 하는 관리자의 신분으로 바뀐 것이다. 그것은 내가 누리고 있었던 안전지대를 다시 떠나는 일이었고, 성공적으로 마치지도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