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라비안 나이트

쏘라비안 나이트

쏘라비안 나이트 14

작성자
손창남
작성일
2016-10-28 22:52
조회
53
어느 날 티브이에서 농구 중계방송을 하고 있었다. 내가 대학 다니던 시절 잘 나가던 선수가 이제 코치가 되어 경기장에 나와 있었다. 대학 시절과 달라진 것이 있다면 배가 좀 나오고 중년의 모습이 완연한 것, 운동복 대신 양복에 넥타이를 매고 있다는 것, 그리고 이제 더 이상 코트에 들어가지 않고 벤치에 앉아 있다는 것 등이었다. 그러다가 가끔씩 벤치에서 일어나 선수들을 독려하기도 하고 타임아웃이 되어 벤치로 나온 선수들에게 작전지시를 내리기도 하고 등을 두드려 주기도 했다.



거기서 나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원하든 원치 않든 이제 필드에서 나왔다. 잘못을 해서 퇴장을 당한 것은 아니지만...... 대표가 해야 할 가장 큰 일은 후배 선교사들을 돌보는 일이라고 생각되었다. 그렇다면 나도 약간의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것은 내 생각일뿐 실제는 매우 다르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취임식에는 많은 분들이 참석해주셨다. 그 동안 OMF를 위해서 기도하며 동역했던 이사님들, 지역교회 목사님들, 다른 파송단체의 대표들, 조이 선교회의 형제자매들, 그리고 송원교회 성도님들이 푸짐한 음식을 장만해 오셔서 취임식은 예상보다 성대하게 치러지게 되었다.



즐거운 시간이었지만 부담스러운 시간이기도 했다. 많은 분들이 취임식에 참석해서 순서를 맡아주셨다.



“너 하나님의 사람아” 라는 제목으로 이태웅 목사님이 설교를 해 주셨다. 이 태웅 목사님은 내가 고등학교 3학년 학생으로 조이 선교회에 갔을 때 성경을 가르쳐주시던 분이었다. 그 후 선교사로 가기 전 한국에서 선교훈련을 받았던 GMTC의 원장님으로 내 삶의 많은 부분을 아는 분이셨다. OMF 이사로도 섬겨주셨다. 그래서 누구보다도 취임식에서 설교를 맡기에 적절한 분이었다.



조경호 목사님은 축사를 해주셨다. 조 목사님은 수원에 처음 이사해서 다니던 교회에서 처음 만났다. 그리고 교회를 개척하셨을 때 얼마간 함께 했던 경험이 있었다. 그 후 조 목사님은 때마다 우리를 도우셨다. 특히 인도네시아 조이 수련회 강사로 여러 번 오셔서 인도네시아 학생들에게 은혜를 끼치셨다. 내가 한국 OMF 대표로 온다고 했을 때 가장 환영을 한 분이었다.



당시 중국 서안에서 사역하던 김석준 선교사가 사회를 봐주었다. 김 선교사는 조이 선교회의 후배지만 내가 우러러보는 동료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취임식을 빛내준 것은 국제 본부에서 새롭게 임명을 받은 총재인 데이빗 할리와 그 부인 로즈메리 선교사 부부가 참석을 해주었다. 그리고 당시는 부총재였으며 후에 총재로 섬기게 된 패트릭 펑 선교사도 참석을 해주었다.



무엇보다 다위와 호세가 함께 있어서 자리를 빛내주었다. 만약 911 사태가 아니었다면 다위 호세가 인도네시아로부터 아빠의 취임식이라고 해서 오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