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라비안 나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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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라비안 나이트 19

작성자
손창남
작성일
2016-10-28 22:54
조회
45
그렇다면 이제 남은 것은 공기청정기 밖에는 없다. 그런데 공기 청정기의 가격은 176만원이나 되었다. 마침 사무실이 동서울 터미널 근처에 있어서 가끔씩 목이 칼칼하게 느껴질 때가 있었다. 그래서 사무실에 공기청정기를 하나 달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바로 김종한 사장에게 전화를 해서 공기 청정기를 하나 사겠다고 했다. 나는 그 당시 내 정신이 아니었던 것 같다.



선교사가 되면서 꼭 실천했던 원리 가운데 하나는 하나님이 내게 주시는 생활비 이외에 어떤 이유로든 빚을 지지 말자 하는 것이었다. 그 원리에 따른다면 나는 당연히 김종한 사장에게 도와 드릴 수 없다고 말해야 했다. 그러나 마태복음 예수님께서 이 작은 자에게 한 것이 나에게 한 것이라고 하신 말씀이 생각나면서 주님이 마음 아파하실 것을 생각하니 거절할 수가 없었다. 이 갈등이 얼마나 컸는지, 이틀 동안 설사가 며칠 동안 계속되고, 정말 살이 마르는 것 같았다.



그러다가 김종한 사장과 대화를 하고 전화를 끊으면서 “그러면, 공기 청정기 하나 보내 주세요” 했다. 지금 생각해도 왜 그렇게 했는지 모르겠다. 공기청정기를 사기로 하자 마음은 신실한 후원자를 어려울 때 도와주었다는 생각에 홀가분해 졌지만, 무려 176만원이라는 것을 갚을 생각을 하니 깜깜했다. 그리고 다시 고민이 시작이 된 것이다. OMF 사무실에는 나중에 내 생활비에서 일년간 공제를 할 요량으로 재정 간사에게 얼른 김종한 씨의 회사로 돈을 송금하라고 했다.



그제 사무실에 갔더니 물건이 와 있었다. 카탈로그에서 보았을 때는 작고 아담한 물건처럼 보녔다. 하지만 사무실에 들어온 것은 덩치가 매우 큰 물건이었다. 사무실에 두면 틀림없이 사람들이 물어 볼 것이 뻔했다. 얼마에 샀느냐고 한다면 사람들이 돌았다고 하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생겼다. 그 공기청정기를 쳐다보는 것도 부담이 되었다. 나는 다시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이제 물건을 다시 반품 할 수도 없다.



그러다가 갑자기 장로님 생각이 났다. 그렇지 않아도 제 처남이 어려움을 당했을 때 도와 주신 적이 있었기 때문에 이 공기 청정기나 선물하자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김 준한 총무께 신용주 장로님의 사무실로 보내 드리라고 부탁을 했다. 만약 신용주 장로님이 물으시면 천사가 보냈다고 하라고 일러주었다.



택배가 도착했을 만한 시간에 신용주 장로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신교수님 전화를 받고 하나님의 역사하심을 등골이 오싹할 정도로 느꼈다.

"선교사님, 제가 공기 청정기 필요한 것 어떻게 아셨어요? 그 물건 값이 얼마나 하나요?"

아니, 이럴 수가 있나?



나는 장로님께 이미 값은 지불이 된 것이니 묻지 말고 사용하시라고 말씀을 드렸다. 하지만 신 장로님은 자기가 사라고 주님이 하신 것이 반드시 물품 대금을 지불하시겠다고 하시는 것이었다. 자초지종을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장로님은 내 통장으로 물품 대금을 보내주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