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라비안 나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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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라비안 나이트 75

작성자
손창남
작성일
2016-10-28 23:18
조회
85
집값은 오르는데



다음 날 그 변호사의 사무실을 찾아가서 사정을 이야기 했다. 가능한 한 빨리 해결을 해 달라고 간곡히 부탁을 했다. B 변호사라는 분이 교회의 장로이고 어련히 알아서 해주려니 하고 믿고 있는 동안 시간은 계속 흘렀다. 간간히 그 변호사에게 전화를 하면 그제야 "아, 네, 빨리 해드려야지요." 하는 대답만 했다. 정말 화가 날 때도 많았지만 심기를 불편하게 하면 더 늦게 해줄까봐 싫은 소리도 못하고 꾹 참고 "네, 빨리 해주세요."만 하고 전화를 끊어야 하는 것이 몇 년이 흘렀다.



그러는 동안에 갑자기 아파트 값이 치솟기 시작을 했다. 분명히 2002년 처음 아파트를 내놓았을 때 3억이 채 안된 것이 2005년도가 되어서 6억, 7억이 되었다는 것이다. 처음에 아내가 이야기 할 때 믿지를 않았다. 그러더니 조금 있으니까 10억이 되었다... 아니 아파트가 미치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렇게 될 수가 있을까.



그래서 솔직한 심정을 여기에 이야기 하자면 나는 속으로 아파트가 빨리 팔리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는 둥, 조금 더 있으면 더 오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둥, 정말 순수하지 않은 생각을 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여하튼 빨리 처분해야 한다는 생각이 더 우세했다. 그리고 복덕방들은 가끔씩 전화해서 집을 팔지 않겠느냐고 성화를 해댔다. 하지만 법적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처분은 계속 미루어지고 있었다. 그러던 중 예기치 않았던 돌발변수가 발생을 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잠실 장미 아파트 단지는 모두 30여개 동으로 이루어진 대단지다. 작은 동도 있고 큰 동도 있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7동은 한 층이 8 가구, 그리고 14층까지 있으니 모두 112가구가 사는 큰 동이다.



장미 아파트가 모두 남향은 아니다. 동쪽으로 향한 동들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사는 7동은 남향이다. 그리고 주차장이 남쪽에 있다. 남향이라는 말은 아파트의 출입구는 북쪽에 있고 북쪽에는 복도가 모든 가구를 연결하게 되어 있다. 따라서 북쪽 출입구에 경비실도 있다. 그래서 모든 출입하는 사람들이 경비에 의해서 체크가 되게 되어 있다. 남쪽으로 향한 모든 동이 우리 동과 같은 구조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 동은 매우 독특하다. 우리 동이 한강에서 가장 가까이 있고, 아파트 단지를 둘러싼 담이 아주 가까이 있는 관계로 주차장이 남쪽에 나있다. 따라서 우리 동 주민들이 남쪽의 주차장에 차를 두고 사람들은 빙 둘러서 북쪽에 나 있는 출입구를 통해서 들어가야만 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우리 동은 중간에 통로가 하나 더 있어서 남쪽 주차장에 차를 두고 바로 중간의 통로를 통해서 들어갈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경비실에서 보면 다른 동과 달리 우리 동만 출입구가 남쪽에도 하나 있고, 북쪽에도 하나 있는 기형 동인 셈이다.



사실 처음에는 그냥 모르고 당연한 것으로 알고 다녔다. 처음부터 아파트가 그렇게 설계가 되고 그렇게 지어 진 줄로만 알았다. 한데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서 처음부터 그렇게 설계된 것이 아니고 나중에 주민들이 통로를 만든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고 보니 요상한 것들이 더 발견이 되었다. 모든 집이 46평으로 같아야 하는데, 통로 쪽에 붙어 있는 출입구의 105호는 평수가 적은 것이었다. 오래 전에 주민들이 의견을 모아서 105호의 일부를 구입을 해서 통로를 의도적으로 낸 것이었다. 다른 동에는 없는... 기발한 생각을 한 것이다. 지금 생각해도 참 대단한 발상이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