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라비안 나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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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라비안 나이트 65

작성자
손창남
작성일
2016-10-28 23:15
조회
56
실패한 사역자



족자 세미나를 떠나기 바로 직전에 JK 선교사와 함께 일하던 다시 다른 선교사와의 문제가 불거졌다. 그는 원래 2년의 단기 선교사였다. 그런데 현지에서 장기로 바꾸겠다고 했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그는 나가기 전부터 여러 가지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있어서 2년의 단기 사역 후 돌아와 보완을 하기로 했었다.



하지만 막무가내였다. 여기에 가세를 한 것은 그 선교사가 있었던 필드의 디렉터였던 SW 선교사였다. 그는 나와 무척 막역하고 절친하다고 생각한 선교사였는데, 그가 나에게 장문의 편지를 영어로 보내왔다.



그 동안 해 왔던 관례로 본다면 이제 나는 영어로 하는 이메일의 전쟁을 치러야 하는데. 내가 이런 일을 꼭 해야 하나. 이것이 정말 필요한 일인가. 하는 갈등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하나님 나라의 일이 이런 것인가.. 결론이 분명해졌다. 아니다였다. 그래서 국제 본부에 사임하는 편지를 내게 된 것이다.



아직 임기가 4년이나 더 남은 시점에서 사임하겠다고 하는 것이 내게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국제본부에서도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던 모양이다. 이제 다시 내 사임 문제를 다루는 지루한 과정이 다시 시작되었다.



직속상관이 본국 사역 부총재의 부재기간이라 총재가 한국으로 날아와서 긴급 회동을 했다. 그리고 결국 사임을 하기로 했다. 마음이 홀가분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 당시 총재는 내 재임을 위해서 격려를 했던 패트릭 선교사였다. 그가 실버라이닝을 이야기 하지 않았다면 나는 아마도 재임에 응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와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결국 OMF 대표를 중간에 사임하기로 했다는 사실이 마음에 늘 아픔으로 남았다. 실패한 리더라고 하는 낙인도 두려웠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나에게는 적절하지 않은 자리라는 것이었다. 나는 대표라고 하는 자리에서 이런 전쟁을 할 능력도 없었고, 이런 전쟁을 할 이유도 찾지 못하고 있었다.



7월에 원래 모든 한국 선교사들이 참석하는 선교사 대회를 하기로 예정되어 있었다. 하지만 갑자기 내 사임 문제가 불거지면서 선교사 대회는 물 건너가고 그 대신 적어도 한 텀 이상의 필드 경험을 가진 선교사들만이 모여서 다음 대표를 뽑기로 했다.



그 모임은 더 고통스러웠다. 그 모임을 통해서 나는 회원들에게 대표로서 그 동안 내가 고민하고 어려워했던 것이 무엇인지를 커뮤니케이션 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대표라고 하는 위치에 있지 않은 사람이 이해하기에는 너무나 힘든 직책이라는 것을 어떻게 쉽게 이해하겠는가?



나에게는 마치 겟세마네에서 기도하며 최종 결과를 기다리는 예수님의 심정을 이해하게 하는 순간이었다. 어려운 이야기들이 오갔다. 회원들 중에 진심으로 내가 그만 두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그렇다면 대표를 더 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빠른 시간 안에 후임 대표를 뽑기로 하고 모임을 마쳤다. 그리고 지친 나와 아내에게 안식월을 하도록 권고를 받았다. 그 동안 쉬지 않고 달려온 우리에게 어느 광고 카피에서 말한 것처럼 ‘수고한 당신 떠나라!’처럼 떠나게 되었다. 정말 오랜만에 맛보는 휴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