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라비안 나이트

쏘라비안 나이트

쏘라비안 나이트 67

작성자
손창남
작성일
2016-10-28 23:16
조회
53
샐러드 먹기



이희 집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늦은 밤이었다. 짐을 우선 방에 넣고 곧 잠자리에 들어야 했다. 자기 전에 이희에게 물었다.

“아침식사는 언제 해?”

남의 집에 왔으니 그 집의 식사 시간에 가급적 맞춰야 하겠다는 생각에서 물은 것이다.

“응 그냥 일어나면 먹어.”

“............”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그저 그러겠다고 하고 방에 들어가 잠을 자려고 했는데 이이가 말을 이었다.

“우리는 아침에 샐러드를 먹어.”

“아, 나도 샐러드를 좋아해. 문제없어.”



아침에 동이 텄다. 서울보다는 훨씬 추웠다. 역시 카나다는 겨울이 빨리 오는 것 같다. 마침 창 밖을 보니 단풍이 색깔이 정말 아름다웠다. 서울은 단풍이 물들기 시작할 때였는데. 이곳은 단풍이 절정이었다.



아래층으로 내려가 보니 이미 이이와 남기주 권사가 아침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깜짝 놀랐다. 식탁에는 커다란 접시가 네 개 놓여 있었다. 그런데 접시마다 샐러드가 가득 있었다. 보통 같으면 네 명이나 다섯 명이 먹을 만큼의 양이 한 사람의 접시에 있었던 것이다. 어제 저녁 자신 있게 샐러드를 좋아 한다고 말했지만 이 정도로 많이 먹을 줄은 몰랐다.



그래도 한 구 가지 채소가 아니라 내가 기억하는 대로는 열 가지 정도의 채소와 과일이 섞여 있어서 제법 먹을 만했다. 로메인 상추, 양상추, 양배추, 적채, 치커리, 당근, 토마토, 사과, 블루베리, 고구마, 그리고 아몬드 등을 얹어 먹었다. 이이와 남 권사는 아무런 소스도 얹지 않은 채 그 과일을 모두 먹었다. 나는 소스를 조금 얹어 먹었다. 처음에는 한 접시의 야채를 모두 먹는 것이 힘들었지만 시간이 지나자 야채 샐러드를 모두 먹을 수 있었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그 많은 양의 샐러드를 매일 먹었다.



저녁식사가 끝나면 걸었다. 동네를 한 바퀴 돌면 거의 2마일이 되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자 조금씩 늘려갔다. 나중에 우리가 돌아올 때쯤에는 3마일을 걸었다. 비가 오는 날은 쇼핑 몰에 갔다. 같은 곳을 10번 정도 걸으면 2마일이 되었다. 아침의 야채 먹기와 저녁식사 후의 걷기는 루틴이 되었다



걸을 때 그냥 걷는 것이 아니다. 걷기 전에 혈액 검사를 해서 혈당을 재야했다. 그리고 걷고 나서 혈당을 재서 합격선에 도달해야 한다. 매일 시험을 보는 아이 같았다. 이희는 심장 수술 후 리해빌리테이션 훈련을 하고 있었다. 그것은 생명을 걸고 해야 하는 일이었다.



나도 이희를 따라서 그대로 했다. 나도 사실 당시 혈당도 높게 나타나고 고지혈증이 있으며 간기능 수치도 정상보다 높이 나오는 지방간 상태였다. 대표 한다고 몸을 전혀 돌보지 못하고 있었다. 운동이라고 하는 것은 나에게는 사치였다. 하지만 카나다에 와서 이희 덕분에 전혀 안 해보던 일을 하게 된 것이다.



저녁 식사 후 걷고 나서 혈당 수치가 정상으로 나오면 보너스가 있었다. 가까운 팀호튼이라고 하는 커피 하우스로 가서 커피와 작은 머핀을 사서 먹었다. 그리고 정말 많은 이야기를 했다. 이희도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고 나도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다.



정말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6주 뒤에 한국으로 돌아와서 건강 검진을 했는데 모든 것이 정상이었다. 할렐루야! 하나님은 토론토에서 나에게 그저 쉼을 주신 것이 아니라 힐링을 주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