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라비안 나이트

쏘라비안 나이트

쏘라비안 나이트 56

작성자
손창남
작성일
2016-10-28 23:13
조회
56
그 뜨거운 발리의 해변을 따라 난 길을 30분이나 넘게 걸은 후에 드디어 할머니가 머물던 호텔이 인나 발리 호텔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래도 다행이다. 현지 가이드는 재빨리 전화번호를 교환에게 묻더니 인나 발리 호텔에 전화를 한다. 궁금해 하는 할머니에게 나는 일일이 상황을 우리말로 설명해주고 있었다. 그 동안 불안 해 하던 할머니의 눈에도 안도의 기색이 돌았다.



“인나 발리 호텔이지요? 혹시 거기 한국인 투숙객이 있나요?”

가이드가 전화로 하는 말을 숨을 죽이고 듣고 있었다. 인나 발리 호텔에는 할머니의 말대로 함께 온 할머니 세 분이 있었다. 그분들은 새벽부터 집을 나가 그때까지 돌아오지 않는 할머니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다. 할머니들은 이제나 저제나 소식이 올까봐 아예 짐을 싸가지고 프론트에 다들 나와 계신 모양이었다.



뚜다 해변의 길은 일방통행로다. 우리가 있는 곳에서 인나 발리 호텔은 자동차 진행의 반대방향이다. 택시를 타면 빙 돌아서야 가는 길이다. 시계를 보았다. 출발 비행기 시각까지는 한 시간이 남았다. 만약 여기서 바로 택시를 타고 공항으로 바로 간다면 나는 족자로 가는 비행기를 예정대로 탈 수 있다. 다행이 비행기를 연기하거나 취소하지 않은 상태다.



발리 현지 가이드에게 할머니를 인나 발리 호텔까지 모셔다 드리라고 했다. 그리고 할머니께는 현지 가이드에게 호텔에 도착하면 팁을 두둑하게 드리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나는 마침 옆으로 택시를 타고 발리 공항으로 갔다. 아직 비행기는 출발하지 않았다. 팀들과 함께 족자로 갈 수 있게 되었다. 팀원들도 내가 나타나자 모두 탄성을 질렀다.



팀원들은 모두 수속을 잘 마치고 탑승권을 받아들고 있었다. 드디어 비행기에 올라탔다. 그제서야 나도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다. 비행기가 이륙을 하고 나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기 시작하자 웃음이 나왔다.



내 웃음은 두 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하나는 길을 잃은 할머니 한 분을 잘 도와주었다는 것, 그리고 또 하나는 어처구니없게도 그 할머니가 있었다는 호텔이 바로 우리가 머물던 호텔의 오른 쪽에 있었던 호텔이었다는 점이었다. 그 할머니가 꾸따 해변을 아침 6시 조금 지나서부터 헤맸다고 했다. 그러면 적어도 서너 시간은 그곳에 머물렀고, 우리를 만나 호텔로 왔을 때 그곳에서 서성거렸을 텐데 할머니 눈에 그 호텔이 안 보이신 것이다. 분명히 눈을 뜨고 계셨을 텐데.



비행기 안에서 내내 속으로 생각했다. 나는 무엇을 보고 있는가, 나는 무엇을 보지 못하고 있는가. OMF 대표로서 내가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하나님은 이번 족자 여행을 통해서 무엇을 알려주시려고 이런 일들을 우리에게 보여주신 것일까. 족자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나는 새로운 기대로 가슴이 벅찼다. 그리고 정말 주님이 우리가 생각하지도 못한 일을 족자에서 만나게 해주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