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라비안 나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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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라비안 나이트 58

작성자
손창남
작성일
2016-10-28 23:13
조회
53
지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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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묵었던 머큐리 호텔은 족자 도심에 있는 3층 건물이다. 조이 모임이 열리는 육군 박물관으로부터 걸어서 5분 정도에 있어 편리했다. 우리 가족이 족자에 살 때는 피닉스라는 이름의 호텔이었는데 새롭게 레노베이션을 해서 이름도 바꾸었고 시설도 무척 깨끗해졌다.



우리는 모두 21명이었으므로 두 명이 한 방을 사용하고 나 혼자 방을 사용하게 되었다. 2층과 3층의 방이 10개, 그리고 1층에 있는 방 하나를 사용하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2층과 3층 방을 사용하고 내가 1층 방을 혼자 사용하기로 했다.



방에 들어와 아무 생각없이 잠이 들었다가 눈을 뜬 것은 다음날 5시 30분이었다. 아직은 기상을 하기에 이른 시간이었다. 6시에 일어나 큐티를 해야겠다고 생각하고는 다시 침대에 그저 누워있었다. 6시가 되려면 몇 분이 남았음을 시계를 보고 확인하려는 순간 갑자기 쾅하고 벽이 흔들렸다. 얼마나 충격이 컸는지 마치 큰 트럭이 호텔 벽에 충돌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순간 나는 혹시 므라삐 화산이 폭발을 한 것은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곳 알게 되었다. 충격이 있은 지 얼마 되지 않아 건물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천정에서는 작은 조각의 콩크리트 벽의 부서진 것들이 머리 위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지진이었다. 그 동안 인도네시아에 살면서 여러 번 지진을 만난 적이 있었지만 이런 강도의 지진은 처음이었다.



순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담요로 머리를 감쌌다. 그리고 화장실로 들어갔다. 누가 지진이 날 때 방 안에서 가장 안전한 곳이 화장실이라고 했던 것이 생각났다. 일리가 있는 말이다. 그곳에는 수도관이나 하수도관들이 있어서 무너지는 것이 덜 할 수도 있고, 설령 무너져도 외부에서 구조가 하다는 것이다.



짧은 시간이지만 별 생각이 다 들었다. 이렇게 주님 품에 가는구나. 가족들에게 알리지도 못하겠다. 구조가 이뤄질 때까지 나는 생존할 수 있을까. 함께 온 다른 20명은 지금쯤 어떨까. 수많은 생각이 떠올라서 깜짝 놀랐다.



무섭게 흔들리던 건물이 잠시 주춤했다. 이제 나가야 한다. 언제 여진이 올 지도 모르고 이보다 더 심한 지진이 계속 될 지도 모른다. 나는 어느새 잠옷을 벗고 평상복을 갈아입고 있었다. 그 위험한 순간에 왜 옷을 갈아입어야겠다고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다. 나 자신의 어리석음에 혼자 웃었다. 여권과 돈만 작은 가방에 챙겨가지고 복도를 튀어 나갔다. 보도에 장식용으로 세워 놓았던 도자기들은 모두 깨져 있었다. 지진의 강도가 얼마나 셌는지를 말해 주고 있었다.



주차장에 이미 투숙객이 모두 나와 있었다. 재미있는 것은 동양 사람들은 모두 단정하게 옷을 입고 나왔고 서양 사람들은 모두 벗은 채로 담요나 혹은 홑이불만 둘르고 나왔다는 점이다. 우리 팀 가운데 여자 전도사님은 샤워를 하다가 지진을 만났고 젖은 머리를 수건으로 두르고 나온 것을 빼면 모두 정상적인 모습으로 나와 있었다. 우선 모두 건강한 것에 안도를 했다.



모두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는데 밖에서 사람들이 소란스러웠다. 남쪽 해안 쪽에 쓰나미가 오고 있다는 루머에 사람들이 놀라서 오토바이와 자동차로 북쪽으로 이동을 하고 있었다. 그 뒤를 경찰차가 따르며 루머니 요동하지 말라고 하면 사람들을 안심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