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라비안 나이트

쏘라비안 나이트

쏘라비안 나이트 61

작성자
손창남
작성일
2016-10-28 23:14
조회
71
보통의 족자 세미나였다면 금요일 저녁에는 조이 나이트 파티라고 하는 매스 미팅을 참관하고 토요일부터 여러 가지 족자 조이의 사역을 참관하면서 세미나를 진행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진으로 우리는 모두 쌀라티가로 피난을 하게 되었다.



족자 JOY의 여러 사역 현장을 참관할 수 없는 관계로, 족자에서 경의영 선교사와 총무로 섬기던 수시 자매, 매스미디어를 담당하던 소파르 형제, 금요 미팅 프로그램 디렉터로 섬기던 이라완형제, 부디렉터로 섬기던 펠릭스 형제, 셀그룹 코치 예리 형제, 대학생, 매스 미팅 시설부를 돕던 안또 형제 등 인도네시아 JOY 스탭 여섯 명이 두 시간이 넘는 거리를 달려서 쌀라티가까지 와주었다.



족자 세미나를 할 때마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아직 20대의 이 간사들이 한국에서 온 많은 청년 사역자들이 묻는 질문에 어떻게 이렇게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그들은 자신들이 하는 일을 이론적으로 설명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기쁘게 감당하고 있어서 언제나 힘이 있어 보였다. 우리는 족자의 셀 그룹 사역, 훈련 사역 등을 직접 볼 수 없었지만 현장을 보는 것처럼 느낄 수 있었다.



이것도 아내가 지난해에 예언을 한 대로였다. 아내가 일 년 전에 한 말이 기억났다.

“여보, 여기 좋은데 족자 세미나를 라라스 아스리 호텔에 묵으면서 하는 건 어때요?”

내가 물었다.

“그럼 금요 모임은 어떻게 하고?”

“그야 금요일에만 족자에 가서 보고 오면 되지.”

아내는 부담 없이 말했다.

“그럼 다른 사역은 어떻게 하고?”

“그야 간사들이 쌀라티가로 오면 되지?”

왜 그 때는 그 말을 들으면 실현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아내의 예언이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쌀라티가에서는 쉼도 있었다. 저녁식사를 위해서 스마랑까지 가는 일도 재미있었고, 쁘깔롱안이라고 하는 곳에서 스마랑까지 와준 제자 이이를 만난 것도 잊지 못할 추억이 되었다. 택시가 없을 때는 지푸니 같은 버스를 흥정해서 단체로 타고 다니기도 했다. 며칠 동안 우리는 족자 세미나가 아닌 쌀라티가 세미나를 즐겼다.



드디어 쌀라티가에서 모든 일정이 끝나고 우리는 한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족자 비행장으로 향했다. 쌀라티가로 오던 길과 같은 길이었다. 하지만 그 때와는 광경이 완전히 달랐다. 그 때는 밤이었고, 비가 왔다. 그리고 모두 지치고 허기가 져서 상황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하지만 쌀라티가에서 족자 공항으로 갈 때는 맑게 개인 아주 기분 좋은 날씨였다. 버스가 끌라텐으로 접어들면서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길가의 상황들을 바라보았다. 쌀라티가로 갈 때 보지 못했던 장면을 보게 되었던 것이다. 길가의 집들은 모두 폐허가 되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수 천 명의 사람들이 죽어갔다. 내 앞에서 이루어 진 일인데 나는 그곳을 보지 못하고 지나갔던 것이다.



아, 나는 눈뜨고 그곳을 지나갔건만 그것을 보지 못하고 있었다. 마치 발리 할머니가 자기의 호텔을 찾지 못하고 돌아다닌 것처럼 말이다. 족자에서 만난 지진 사건은 내 생각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대표일이 무엇인가. 나는 죽어가고 있는 영혼들을 보지 못하고 있었다.



함께 동행 했던 한승용 형제가 한국으로 돌아와 족자 세미나에 관한 자료를 편집해서 만든 비디오를 보게 되었다. 허물어진 집들 사이를 지나오는 공항 근처의 집이 화면에 나타나는 순간 송정미 자매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내 눈에서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저 죽어가는 내 형제에게 생명을 주소서

흑암의 권세에 매여 내일을 빼앗긴 저들에게



저 소망 없는 텅 빈 가슴에 생명을 주소서

고통의 멍에에 매여 신음하고 있는 저들에게



아버지여 이 백성 다시 살게 하소서

묶였던 자 자유케 되는 영광의 날을 주소서



아버지여 이 나라 주의 것 되게 하소서

영원하신 하늘 아버지 다시 섬기게 하소서



메마른 뼈들에 생기를 부어주소서

아버지의 긍휼 주의 군대로 서게 하소서



성령의 바람 이제 불어와

아버지여 이 백성 다시 살게 하소서



묶였던 자 자유케 되는 영광의 날을 주소서.

아버지여 이 나라 주의 것 되게 하소서



영원하신 하늘 아버지 다시 섬기게 하소서

영원하시 하늘 아버지 다시 섬기게 하소서





이렇게 영혼들이 죽어가고 있는데 나는 본부 사무실에서 앉아서 멤버들과 그리고 국제 본부와 싸움을 하고 있는 것이다. 얼마나 불필요한 일인가... 나는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를 알게 되었다. 이 사건이 사임을 더욱 가속화 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