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라비안 나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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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라비안 나이트 46

작성자
손창남
작성일
2016-10-28 23:01
조회
56
갑자기 내 속에서 민족감정이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나는 그곳이 중국이라고 하는 것도 잊었다. 그래서 격앙된 목소리로 그 현지인에게 말했다.

“글쎄요. 중국이 한국을 보호했다고요? 그런 말은 매우 조심해서 해야 합니다. 일본이 만주를 공격했을 때도 자기들은 만주를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말했습니다. 그들이 한국을 공격했을 때도 자기들은 한국을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했습니다. 왜 가만히 있는 나라를 보호합니?.”



그 현지인도 내가 그렇게 공격적으로 나올지는 몰랐던 모양이다. 그는 처음에는 어리벙벙하더니 다시 자기의 주장을 변명하기 시작했다. 아주 유창한 영어였다. 나는 그의 논리가 약소국을 대하는 전형적인 강대국의 논리라는 생각이 들어 더욱 괘씸했다. 그래서 물러서지 않고 그가 하는 말마다 다시 반박을 했다. 내 영어도 흥분을 해서인지 갑자기 유창해졌다. 누군가 영어로 싸움을 해야 영어가 는다고 했던가.



이제 놀라는 사람들은 주위의 사람들이었다. 특히 옆에서 식사를 하던 패트릭 펑이 자기 발로 내 발을 막 눌렀다. 아마 나보고 설전을 그만 두라는 뜻같았다. 패트릭 펑은 홍콩 사람이다.

‘하기야 홍콩도 중국이니까. 한 편이겠지.’

나는 패트릭의 싸인 랭기지에도 기를 꺾지 않고 그 현지인의 말을 다시 반박 했다. 한참을 지나서야 현지인이 한 발 물러서기 시작했고, 나도 겨우 진정을 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식탁은 결투장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식사가 끝나고 모두 숙소로 돌아왔다. 돌아오면서 함께 참여한 MSI 비전 트립 참석자들의 따가운 눈총을 의식했다. 마침 패트릭 펑과 나는 같은 방을 사용하게 되었다. 나는 패트릭펑 선교사에게 물었다.

“아까 식당에서 함께 식사를 하던 그 현지인 친구들은 누굽니까?”

패트릭이 내 질문에 깜짝 놀랐다.

“아니, 그 사람들이 누군지 몰랐단 말입니까?”

“네, 나야 전혀 모르지요.”

“아, 맞아, 홍콩에서 하는 오리엔테이션에 참석을 하지 않았구나..... 그 사람들이 공산당 간부들이었어요.”



나는 등골이 오싹했다. 만약 식당에서의 설전이 더 진행되었다면 내가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아마도 MSI를 폐쇄시켰을 지도 모르는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