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라비안 나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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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라비안 나이트 51

작성자
손창남
작성일
2016-10-28 23:02
조회
59
날씨는 무척 더웠다. 버스 안은 날씨보다 더 더웠다. 그리고 내 마음은 버스 안보다 더 더웠다.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고 머리를 어지럽혔다. 그러는 사이에 버스는 영통에 도착했다. 정거장에 내려서 삼성 산부인과를 어떻게 가는지 물으려고 이명숙 선교사에게 전화를 했는데 연결이 되지 않았다. 밧데리가 다 된 모양이었다. 영통까지 왔으니 산부인과를 찾아가는 것은 큰 어려움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아기를 낳은 산모를 찾아가는데 빈손으로 가는 것이 거시기 해서 마침 버스 정거장 바로 앞에 있는 어린이 용품점에 들어가 신생아 옷을 하나 골랐다. 그래고 다시 전화를 시도해 보았지만 전화는 연결이 되지 않았다. 114에 물어서 산부인과의 전화번호를 알게 되었고 다시 병원로로 전화를 해서 가는 길을 알아냈다.



병원에 도착해서 아무 생각 없이 수납창구에 갔다.

“혹시 이명숙 산모 방이 어딘가요?”

“705호입니다.”

아무 생각 없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7층으로 올라갔다. 705호는 바로 엘리베이터 앞에 있었다. 그런데 방안이 이상하다. 마침 누군가가 방금 퇴원을 한 것처럼 어수선했다. 아니 그렇다면 이은창 선교사가 와서 퇴원을 했다는 말인가. 옆에 있는 청소하는 아주머니에게 물었다.

“705호 산모는 어디 있나요?”

“방금 전 퇴원했는데요.”



아, 나는 다시 배신감을 느꼈다. 한 선교사는 고생하는 대표를 비난하는 글을 홈피에 올리지를 않나. 또 다른 선교사는 내가 서울에서 자기들을 만나려고 내려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냥 퇴원해 버리지를 않나... 너무했다. 내가 점심식사 하자는 약속까지 했는데...



나는 허탈한 마음으로 다시 서울로 향해 돌아왔다. 다행이 자동차 수리가 다 되어서 차를 가지고 돌아올 수 있었다. 집으로 가기 전에 사무실에 가고 싶었다. 이 일 저 일 사무실에 밀린 일도 있었고 울적한 마음도 풀고 싶었다.



사무실에 들어와 컴퓨터를 켰다. 메일 중에 이은창 선교사가 영문으로 세 번째 아들을 낳았다는 소식을 다른 OMF 선교사들에게 알리는 내용이 있었다. 그리고 이명숙 선교사의 친정 전화번호가 있었다. 아무리 기분이 상해도 대표로서 할 일은 해야 한다. 그래서 친정으로 전화를 했다. 남자 어른이 받는 것으로 보아 친정 아버지 같았다.



“혹시 이명숙 선교사님 계시면 통화를 좀 할 수 있을까요?”

“아,,, 저,,, 아직 병원에 있는데요.”

오잉... 아니 내가 조금 전 병원에서 돌아왔는데 퇴원을 했다고 하고 이 시간이면 충분히 집에 가 있을 시간인데, 아직도 병원에 있다니..... 그래서 병원 어디냐고 물었다. 삼성 산부인과란다. 그래서 몇 호냐고 물었다. 706호란다. 아, 세상에 한 끗 차이인데...이럴 수가 있나. 아니 간호사가 내게 706라고만 했어도 이렇게 허탕을 치고 오는 것이 아닌데... 병원으로 전화를 했다. 706호를 대달라고 하자 이은창 선교사가 전화를 받는다.

“선교사님 병원에 오셨어요?” 저는 지금 점심 식사도 하지 않고 계속 기다리고 있습니다.“

“내가 오전에 갔었어요. 그런데 간호사가 705호라고 해서 갔더니 방이 비어있고 퇴원을 했다고 해서 그냥 돌아왔는데. 그럼 내일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이런 황당한 일이 다 있나.



전화를 끊고 사무실에서 조욯히 앉아 기도를 드렸다. 여전히 홈피에 글을 올린 선교사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한참을 사무실에서 멍하게 있다가 집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