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라비안 나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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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라비안 나이트 36

작성자
손창남
작성일
2016-10-28 22:59
조회
44
아내의 예언1



인도네시아에서 사역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왔을 때 전임자가 타던 아반테 승용차가 사무실에 있었다. 물론 개인 것이 아니라 OMF 사무실의 공용차였다. 전임 대표가 그 차를 타고 가다가 고속도로에서 사고를 낸 적이 있어서 차의 상태가 좋지 않았다.



집에서 개인적으로 사용할 경우도 있고 해서 늘 그 차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 아내는 부담스러워 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차를 하나 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하 주차장이 없는 장미 아파트에는 모든 차를 지상에 주차하고 있어서 마치 자동차 전시장을 방불케 했다.



우리가 차를 타고 지날 때마다 노상에 주차되어 있는 여러 차를 보면서 이 차 저 차에 대해서 품평을 하곤 했다. 그 가운데서 아내가 가장 마음에 들어 하는 차는 기아에서 나온 카렌스라는 차였다. 그래서 아내가 여러 번 말했다.



“여보, 나는 나중에 차를 사면 카렌스를 살 거야.”

“...............”

나는 아내의 말에 아무 대구도 하지 않았다. 아내가 상상을 하는 것은 자유지만 너무 우리의 재정 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아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고 넘어갔다.



장미 아파트 안에 있는 여러 차가 있지만 나도 카렌스가 맘이 드는 차였다. 카렌스는 차 모양도 좋았고, 특히 뒤에 짐을 실을 수도 있고 사람이 더 탈 수도 있어서 우리처럼 사역을 하는 사람에게는 가장 적절한 차로 보였다. 하지만 나는 언제나 현실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카렌스 가격은 적어도 1500만원은 족히 할 것 같았다. 우리는 그것을 살 예산이 없었다. 나는 경차인 모님이나 아토스 정도면 우리 형편에 가장 맞을 것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언젠가 경차를 사겠다는 마음으로 OMF의 재정 시스템 안에 매달 20만원씩 적립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자동차 구입을 위해 적립을 한 지 거의 2년이 다 되어서 400만원을 적립해 놓은 상태였다. 이렇게 경차를 사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는 나로서는 카렌스를 보면서 나는 저런 차를 사겠다는 포부를 밝히는 아내가 너무도 허무맹랑한 꿈을 꾸고 있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다.



2002년 추석 전날 장모님이 집에 오tu서 함께 식사를 했다. 아내는 정성껏 음식을 만들고 몇 가지 선물을 장모님께 드렸다. 이제 연세가 꽤 되셔서 허리도 굽기 시작한 장모님을 그냥 지하철을 타고 가시라고 하기가 그래서 내가 모셔다 드리기로 했다.



장모님을 약수동까지 모셔다 드리고 돌아오는 데 자동차의 감이 이상했다. 하지만 집까지는 돌아가야 한다. 추석 전날이라 길에는 차로 가득 찼다. 차가 가다 서다를 반복했다. 그럴 때마다 차가 조금씩 이상하게 움직이는 것이었다.



드디어 약수동에서 한남 대교를 넘어 올림픽 대로에 들어왔을 때 자동차가 울컥거리기 시작하더니 드디어 서고 말았다. 다행히 갓길 옆이라 차를 밀어서 갓길로 세워두고 긴급출동을 불렀다. 내 옆으로는 좋은 차들이 싱싱 지나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