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라비안 나이트

쏘라비안 나이트

쏘라비안 나이트 37

작성자
손창남
작성일
2016-10-28 22:59
조회
51
한국으로 돌아와서 서울에서 살고 있지만 정신없이 지내느라 서울의 밤이 어떤지 잘 몰랐다. 서울을 동서로 가로질러 흐르는 한강을 남북으로 강가에는 고층의 아파트들이 즐비했다. 서울의 밤을 오랜만에 느끼고 있었다. 족자와는 정말 달랐다.



자동차로 가득한 거리. 서로에 대해서 별 관심도 보이지 않는 수많은 사람들... 나는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가. OMF 대표라는 자리에 나는 과연 적합한 사람인가. 과연 하나님의 부르심을 옳은 것인가.... 게다가 차까지 말썽이다. 그나마 감사한 것은 한국에는 긴급출동이라고 하는 것이 있어서 신속하게 견인차를 부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추석 전날이라 길은 많이 막혔다. 그 사이를 뚫고 견인차가 오느라 시간이 제법 걸렸다. 견인차를 기다리는 동안 별 생각이 다 들었다. 꼭 이렇게 궁상스럽게 살아야 하나. 선교지 가기 전에 이미 이런 훈련을 받지 않았는가. 이미 이런 것쯤은 감수하기로 하지 않았는가. 하지만 연약한 육신은 어려움이 올 때마다 늘 다시 옛날 생각으로 나를 돌이키곤 했다. 자기 연민이야말로 사역자가 피해야 할 가장 무서운 죄라는 것을 알면서도 힘든 시간을 보냈다.



드디어 견인차가 왔다. 생전 처음으로 차를 견인하는 과정을 옆에서 살펴보게 되었다. 아반테 승용차가 드디어 견인차 위로 끌어올려졌다. 그리고 견인차 옆 좌석에 앉아 서울의 밤을 즐기며 혼잡한 차 사이를 비집고 다녔다. 족자에서는 전혀 해 보지 못한 경험이었다.



견인차는 아반테 승용차를 정비소로 끌고 갔다. 정비소에서 이곳저곳 손을 보고 엄청난 비용이 계산서에 적혔다. 다행히 보험으로 처리가 되었다. 정비소에서 모든 작업이 끝나고 나서 한밤중이 되어서 집으로 돌아올 수가 있었다.



집에서 걱정하며 기다리던 아내를 겨우 위로하고 잠자리에 들려고 하는데 아내가 말했다. 송원교회의 양병국 장로님이 여러 번 전화를 하셨단다. 손 선교사님이 어디 있느냐고 해서 처음에는 이야기 하지 않으려고 하다가 나중에는 할 수 없이 자동차가 고장이 나서 길에서 견인차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을 했다는 것이다.



다음 주 주일에 소원교회에 갔다. 양 장로님이 점심식사 때 나를 찾아오셨다. 자동차 판매업을 하는 장로님은 나를 보자마자 미안해 하셨다. 내 차가 고장 난 일을 장로님이 미안해 할 일이 전혀 아니었다. 내가 타던 차가 고장이 난 것인데, 자동차 딜러를 하는 장로님은 나에게 차를 하나 제공해주고 싶은 마음이 많으셨던 모양이었다.



점심식사를 하면서 나는 장로님께 물었다.

“장로님, 혹시 카렌스 중고가격은 얼마나 하나요?”

뜬굼없는 내 질문에 장로님 왜 카렌스에 관심이 있는지 물으셨다. 그렇다고 아내가 원한다고 하기도 그렇게 해서 뒤에 짐을 실을 수도 있고, 사람도 여럿이 탈 수 있고 하는 등의 실용적 이유로 카렌스를 사고 싶다는 말씀을 드렸다. 그리고 새 차는 비쌀 것이 아니야 그래서 중고를 사면 어떻겠느냐고 물었다.



그리고 내가 중고차를 구입하기 위해서 400만 원 정도 모아놓은 이야기도 드렸다. 양장로님은 그 말에 반색을 하셨다. 그렇지 않아도 부담을 가지고 있었다면서 교회에 이야기를 해서 할부로 차를 구입해 보겠노라고 말씀을 하셨다.



다음 달에 카렌스 새 차를 우리 가족이 탈 수 있었다. 아내의 첫 번째 예언이 성취되는 순간이었다. 아내의 두 번째 예언은 그 후로 4년 후에 성취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