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에서 웃고 계시는 하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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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장미 아파트 (4)

작성자
손창남
작성일
2017-03-12 08:47
조회
59
P 여사는 주민들에게 이사를 오자마자 남쪽의 주차장으로부터 차를 주차하고 바로 들어가는 통로를 막겠다고 했다. 주민들이 얼마나 기가 막히겠는가. 아니 오래 전에 자신들이 돈을 모아 105호의 일부를 구입해서 통로를 만들었는데, 옛 주인이 이사를 가자마자 새로 이사를 들어온 사람이 그 통로가 자기네 아파트라고 하면서 막겠다고 나선 것이다.

주민은 막을 수 없다고 하고 105호에 새로 이사 온 P 여사는 막겠다고 하고 그러면서 소송을 하게 되었다. 주민들은 처음에 승소에 자신이 있었던 것 같다. 우선 구입했다고 하는 증인이 100명은 있고, 또 주민들 누구나가 하는 사실이고, 그래서 사람들은 얼마씩 돈을 갹출했다. 우리도 이야기를 듣고 기가 막혀서 10만원인가 20만원인가를 냈다. 참고로 7동에는 변호사만 네 명인가가 있다고 들었다. 그래서 문제가 쉽게 끝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민사 소송이라는 것이 정말 재미있다. 말도 안 되는 논리 때문에 결국은 주민들이 패소를 하고 방 여사가 승소를 한 것이다. 방 여사 측의 논리는 이런 것이었다고 한다. 그 당시 통로를 위해서 돈을 지불한 것은 주민들이 구입을 한 것이 아니라 통로를 사용하겠다고 한 일시적 조치였다. 이제 시간이 많이 지났기 때문에 통로를 주인의 의사로 막겠다는 것이다.

주민들이 아무리 그렇지 않다고 해도 증거가 불충분했다. 만약 주민들이 그 당시 구입의 의사가 분명했다면 105호로부터 구입한 10평 정도의 땅을 분할해서 등기를 해 놓았어야 하는데, 그렇게 한 사람이 한 명도 없는 것이었다. 나름 이유가 있었겠지만 내가 추측하는 것은 이렇다.

주민들이 공동으로 구입한 10평을 112 가구로 나누면 0.08평 정도가 된다. 그 당시 땅값으로는 몇 만 원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것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아파트 값이 치솟아 10억을 넘게 되자 10평이면 일 억 원이 되는 큰 금액이 되었다. 그러니 다른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이리하여 방 여사가 그 부분을 탐을 내게 되었고, 주민들은 기가 막힌 일을 만나게 된 것이다.

7동 전체 주민 대책회의가 생기고 모임에 가면 P 여사에 대한 불만, 비난, 별 이야기들이 오고 가지만 뾰족한 방법이 없었다. 다시 고등법원에 항소를 하기로 하고 주민들은 다시 돈을 모았다. 하지만 법을 아는 사람들은 항소의 결과를 뻔히 보는 듯했다. P 여사의 논리가 더 설득력이 있다는 것이다.

어느 날 경비실을 지나면서 소송이 어떻게 되었는지 물었더니 화의를 하기로 했단다. 화의란 법률 용어로 피고와 원고 사이에 일종의 타협을 하는 것이다. 주민들은 결국 방 여사의 재산으로 인정을 하기로 했다. 그리고 방 여사도 주민들이 주차장에서 아파트로 편리하게 들어오기 위해서 돈을 모아 그곳에 통로를 만들었다는 것을 인정하게 된 것이다. 재건축이 될 때까지 P 여사는 주민들의 통로 이용권을 인정하기로 한 것이다.

이러한 지루한 과정이 2년 가까이 걸린 것 같다. 사실 장미 아파트 7동 105호의 통로를 막느니 안 막느니 하는 문제와 한종수 할아버지 명의로 되어 있는 땅을 OMF 명의로 바꾸는 일은 반드시 함께 가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이 상식적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그런데 왜 이 일이 서로 뒤엉키게 되었을까 궁금하게 생각하는 분들이 많이 계시리라 생각한다.

105호에 살던 할아버지가 이사를 가고 P 여사가 새로 이사를 오고, 통로를 막겠다고 하고 주민들은 못한다고 하는 소송이 오고가는 도중에도 우리는 B 변호사가 일단 한종수 할아버지의 명의 변경 문제를 해결해 주실 것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하고 기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