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에서 웃고 계시는 하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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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족자 덩달이

작성자
손창남
작성일
2017-03-05 19:40
조회
80
8-2 족자 덩달이

1994년 첫 안식년을 위해서 한국에 돌아 왔을 때 많은 부분에 있어서 여러 가지 변화를 느꼈지만 가장 실감할 수 있었던 것 가운데 하나는 유머였다. 어떻게 생각하면 넌센스 같기도 한데 사람들은 무척 재미있어 했다. 특히 덩달이 시리즈는 충격적이면서도 신선함이 있었다.

덩달이라는 캐릭터는 매우 엉뚱하다. 덩달이 시리즈에는 덩달이가 학교에 가서 글짓기를 하는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그런데 문제는 매우 엉뚱한 글짓기로 사람들을 당황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덩달이에게 선생님이 ‘누군가 선물을 네게 주면 뭐라고 말하지?’ 하고 묻자 대답을 못한다. 그러자 선생님은 힌트를 주려고 ‘모두 다섯 자로 되어 있다. 그리고 끝은 다 자로 끝난다.’ 고 말하자 미소를 지으면서 '뭘 이런 걸 다!'라고 말한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유머라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나도 그런 유머를 즐기기 시작했다.

94년 첫 번째 본국사역으로 한국으로 돌아오면서 인도네시아 학생 3명과 함께 한국에 왔고, 이들이 한국 대학생들에게서 한국말을 한두 마디씩 배웠다. 그 가운데 난다라는 여학생이 있었는데, 그 여학생에게 누군가 우리나라에서는 감사하다는 말을 '뭘 이런 걸 다!'라고 말한다고 가르쳤던 것 같았다. 우리 교회를 방문해서 목사님이 주시는 선물을 받는 순간에 목사님께 '뭘 이런 걸 다'라고 말했는데, 이것을 지켜보던 장로님과 목사님께서 당황해 하셨다.

우리 아이들은 주로 어린 시절을 인도네시아에서 보내면서 한국말에 약간 서툰 부분이 많이 있었다. 그래서 한국에 왔을 때 웃지 못 할 실수들을 많이 했다. 첫 번째 안식년으로 한국에 와 있을 때 전화를 주로 받는 것은 호세였다. 호세는 당시에 초등학교 3학년이었지만 인도네시아에서 4년 동안 전화 없이 살았었기 때문에 전화는 당연히 자기가 받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하루는 가족들과 함께 아침 식사를 하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호세는 얼른 뛰어가서 전화를 받았다. 물론 자기가 전화를 받지만 대부분은 나에게 오는 전화였다. "아빠, 전화예요!" 나는 늘 하는 대로 "어디래?" 하고 물었다. 호세는 "예술의 전당이래요!" 하는 것이었다. 나는 속으로 ‘예술의 전당에서 왜 내게 전화를 했을까?’ 하고 의아해 하며 수화기를 들었다. 전화 속에서 들리는 목소리는 내가 기도한 것과는 너무도 달랐다.
"선교사님, 여기는 예수 전도단인데, 강의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