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에서 웃고 계시는 하나님

뒤에서 웃고 계시는 하나님

8-2 족자 덩달이 (2)

작성자
손창남
작성일
2017-03-07 08:40
조회
95
인도네시아에서 살았기 때문에 우리 아이들은 한국말이 많이 서툴렀다. 그 중에서도 아이들은 특히 경상도 지방 사투리에 익숙지 못했다. 심지어 김영삼 대통령이 티브이에 나와서 경상도 사투리를 쓴 것을 보고 누가 저런 식으로 말하는 것을 대통령에게 가르쳐주느냐고 물어볼 정도였다.

한번은 죡자에 대구에서 한 팀의 단기 선교 팀이 왔다. 팀들은 죡자에서 좋은 시간을 보내고 떠나기 바로 전날 시내에 가서 기념품을 사고 식사를 하러 나갔다. 쇼핑을 하기에 충분한 시간이 흘렀다고 생각한 나는 주차장에 가서 팀원들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거의 대부분의 팀원들이 나왔지만 형제 한 명이 나오지 않았다.

그 때 인솔한 목사님이 지나가고 계셨다. 목사님께 "채 형제는 왜 나오지 않나요?" 하자. 그 경상도 목사님은 "그 형제 아까 전에 오라켔는데", 하고 대답했다. 그러자 내 옆 자리에 앉아 있던 호세가 "그 형이 혼자 오락을 하고 있어요?" 하면서 자동차문을 열고 나가려고 했다. 내가 말리지 않았다면 아마 호세는 오락실로 당장 뛰어가 채 형제를 찾고 다녔을 것이다.

다행히 팀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다 모여 출발을 할 수 있었다. 며칠 동안 인도네시아 음식만 먹던 팀들이라 분위기를 바꾸어 모두 맥도날드 식당으로 갔다. 몇몇 자매들이 주문을 하고 우리는 모두 자리에 가서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 편의를 위해서 남자들은 모두 빅맥을 시키고, 여자들은 모두 치즈버거를 시켰다.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한국 사람들에 비해서 식사량이 적다. 그래서 맥도날드의 치즈버거 사이즈가 작은 편이다.

조금 후 햄버거가 나오기 시작했다. 치즈버거가 먼저 나오기 시작했는데 문제는 주문한 사람들이 이야기를 하느라 누구를 위해서 무엇을 주문했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햄버거를 가져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목사님과 내와 함께 함 형제에게 건네주었다. 우리는 아마도 우리를 위해서 치즈버거를 시켰나보다 하며 치즈버거를 맛있게 먹었다. 먹었다기보다는 털어넣었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맥도널드에 있는 우리 팀 가운데 남자는 모두 네 명이었다. 팀을 인솔해 온 목사님, 상당히 건장한 채 형제, 아들 호세 그리고 나였다. 목사님과 나는 이야기 하느라 정신이 없었지만, 그 덩치가 큰 채 형제는 치즈버거 하나 가지고는 양이 차지 않는 것 같았다.

갑자기 우리가 이야기 하고 있는데, 채 형제가 끼어들었다.
"선교사님, 이 무믄 양챱니까?" 하는 것이었다.
그 형제의 질문이 문화에 관한 것이라고 생각한 나는 채 형제에게 얼른 대답을 했다.
“햄버거 먹고는 양치할 필요가 없어, 김치나 냄새하는 음식을 먹으면 양치를 해야지.
채 형제는 답답하다는 듯이 다시 물었다.
"그게 아이고 예, 이 무믄 양치하냐고예?"
그제야 나는 체구가 큰 채 형제가 작은 치즈버거 하나를 먹고 아직도 허기를 느껴서 이 정도 먹고도 양이 차느냐고 하는 이야기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덩달이 아버지도 덩달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