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에서 웃고 계시는 하나님

뒤에서 웃고 계시는 하나님

8-4 도레 도레 (2)

작성자
손창남
작성일
2017-03-08 19:00
조회
83
그 다음날 호세가 음악 학원을 다녀와서 “아빠, 우리 선생님한테 어제 신동렬 선생님 댁에 가서 레슨을 받았다고 했더니 깜짝 놀라면서 ‘호세야, 네가 어떻게 그런 분한테 가서 레슨을 받느냐’고 하던데요? 신동렬 선생님을 우리 학원 바이얼린 선생님이 아시는 것을 보면 그분이 유명한 사람인가 봐요.” 그래서 나는 기회다 하고 “그래 호세야, 그런 분이 너를 지도해 주겠다고 하는데 마다하면 너만 손해지.”

호세는 고개를 끄떡이고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도와 레를 집에서 연습했다. 신동렬 선생님이 하라고 한 것처럼 매일 두 시간씩 도와 레만을 연습했다.

그 다음 주 약속한 시간이 되어 신 동렬 선생님의 집으로 호세를 다시 데리고 갔다. 신동렬 선생님은 호세가 연습을 잘 했다고 칭찬을 하더니 이번에는 백지에 레와 미를 그려 놓고 다시 호세의 손가락을 어디에 짚어야 하는 지를 가르쳐 주고 한 시간 동안 레와 미만을 연습시켰다.

호세는 그 집을 나오면서 화가 난 호세는 다시는 오지 않겠다고 했다. 사실은 나도 두 번째 레슨을 첫째 번 레슨처럼 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니 호세가 기분 나뻐하는 것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보다 더 좋은 기회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집에 와 몇 시간 동안 호세를 설득시켰다. 시간이 지나자 마음을 고쳐먹고 호세는 바이올린을 들고 레와 미를 두 시간씩 연습했다.

그 다음 주에 신 동렬 형제 집에 우리가 갔을 때 이번에는 미와 파를 백지에 그려 놓고 다시 연습을 시키는 것이었다. 옆에 있는 나도 조금은 너무한다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호세의 눈에서는 닭똥 같은 눈물이 흘러내리기 시작을 했다. 안쓰러웠지만 옆에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신 선생님과의 바이얼린 연습은 그것이 끝이었다. 미와 파 연습만 하고 파와 솔 그 이상을 연습할 시간이 없었던 것은 우리가 다시 인도네시아로 돌아 와야 했기 때문이었다. 만약 우리가 한국에 더 길게 있었다면 호세는 파솔, 솔라, 라시, 시도까지 레슨을 받았을 것 같다.

그런데 인도네시아에 돌아 온 호세가 바이올린을 연습하는데, 정말 소리가 달라졌다. 이전에는 내 방에서 호세가 인도네시아 선생님에게 레슨을 받을 때 선생님이 연주하는 소리와 호세가 연주하는 소리가 뚜력하게 구분이 되었다. 하지만 신 선생님께 세 번 레슨을 받은 후 나는 종종 호세가 연주하는 소리인지, 선생님이 연주하는 소리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아 그 따분한 연습이 이렇게도 중요한 것인가를 실감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