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에서 웃고 계시는 하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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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 새벽에 울린 두 개의 빵빠레 (2)

작성자
손창남
작성일
2017-03-09 09:22
조회
67
그 때에서야 혹시 목사님이 교회에서 예배나 혹은 식사를 하다가 옆 사람의 핸드폰을 모르고 아내 것으로 알고 가져 온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전화로 들려오는 목소리가 너무나 귀에 익어서 핸드폰 이야기는 뒷전으로 하고 먼저 누구인지 물어 보았다.
"혹시 전화를 거는 분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그러자 정말 부드러운 목소리로 자기 이름을 알려주는 것이었다.
"저는 허 종학이라는 사람인데요."

아니 이럴 수가. 그 분은 내가 알고 있는 분이 아닌가. 허 집사님은 쟈카르타에서 한국계 은행주재원으로 근무했고, 현재는 할렐루야 교회에서 단기 선교학교를 잘 이끌고 있는 분이었다. 인도네시아에서부터 잘 알고 지내는 사이였다. 허 집사님이 할렐루야 교회 단기 선교학교 강의를 부탁해서 강의를 한 적도 있었다.

나는 허 집사님께 우리 집에 묵으시는 이 경철 목사님께 이 핸드폰과 똑같이 생긴 제 아내의 핸드폰을 빌려 드린 이야기와 이 경철 목사님이 할렐루야 교회에 가서 주일 예배를 드린 사실을 말씀드렸다. 물론 허 집사님은 이 목사님을 모르는 분이고, 자기는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는 딸의 시험이 있어서 허둥지둥 나가면서 아마도 놓고 온 것 같다고 했다.

그 후 이 경철 목사님께 들은 이야기를 재구성해보니 자초지종은 다음과 같았다. 이 목사님이 할렐루야 교회의 본당에서 예배를 드리고 나서 식사를 하러 식당으로 가면서 어떤 사람과 슬쩍 부딪히셨다고 했다. 그런데 갑자기 목사님 발 앞에 자기가 가지고 있는 핸드폰 (더 엄밀히 말하면 제 아내의 핸드폰)이 바닥에 뚝 떨어지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목사님은 아내에게서 빌린 핸드폰이 떨어졌구나하고, 황망해서 얼른 주워서 목사님 주머니에 넣으셨단다.

목사님은 그것이 다른 사람의 핸드폰일 수 있다는 1%의 확률도 허락하지 않고 길에 떨어진 핸드폰을 그대로 집에 가지고 오셨다. 그러니까 목사님의 옷에는 똑 같이 생긴 핸드폰이 두 개 있었던 셈인데 이 목사님은 하나만 있다고 생각하셨다. 그 날 밤잠자리에 들기 전 이 목사님은 충전기에 핸드폰을 걸어 놓고 주무셨다.

아침 7시가 되면 아내의 핸드폰에서 빵빠레가 울려 퍼졌다. 곡명은 잘 모르겠지만 내게는 아주 귀에 익은 곡조였는데, 내가 고등학교 다닐 때 교련 시간에 받들어 총을 할 때 군악대가 하는 노래 곡조와 같은 것이었다. 그런데 허 종학 집사님도 아내와 똑같이 그 곡으로 정확히 아침 7시에 기상 시간을 맞추어 놓았던 것이다.

이 목사님 내외분이 주무시는 방은 작은 방이었다. 그 방에서 갑자기 두개의 빵빠레가 얼마나 크게 울렸을까 상상이 된다. 목사님 사모님이 일어나서 빵빠레 소리가 나는 것을 끄려고 충전기에 연결시켜 놓은 허 집사님의 핸드폰 쪽으로 가는데, 또 하나의 핸드폰 소리가 목사님의 외투 안주머니에서 난 것이다. 순간 이 목사님은 무척 당황하셨던 것 같다. 목사님 생각은 아마도 어제 밤에 모르고 거실에 있던 손 창남 선교사 핸드폰을 가지고 들어 오셨나보다 생각하셨다. 그래서 거실에 앉아 큐티를 하는 나에게 핸드폰을 하나 건네주고 가셨는데, 나는 그것을 딸아이의 핸드폰으로 생각하고 앉아 있었던 것이다.

여하튼 그 날 아침에 허 종학 집사님과 반가운 인사를 나누고 핸드폰을 돌려드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