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에서 웃고 계시는 하나님

뒤에서 웃고 계시는 하나님

6-2 맹장이라도 (2)

작성자
손창남
작성일
2017-02-22 10:56
조회
65
그 식당 식사를 마치고 다시 조이 사무실로 가서 두 시간을 기다리고 나서 식후 혈당 검사를 위해 베데스다 병원으로 갔다. 병원 벤치에서 조금 기다렸다가 혈액 검사 결과를 받았다. 혈당검사를 위해서 병원에 왔기 때문에 검사 결과만 자카르타로 가져가면 그만이었다. 그러나 베데스다 병원에는 나의 모든 병력을 알고 있는 ‘기따’라는 의사가 있었다. 그래서 그 의사를 찾아 갔다. 혹시 배가 아픈데 무슨 약이라도 처방 해 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였다.

의사는 어떻게 왔느냐고 물었다. 그래서 사실은 혈액 검사를 하러 왔는데, 그렇지 않아도 며칠 전부터 배가 아파서 검사를 좀 하고 싶어 병원에 온 김에 들렀다고 말했다. 의사는 아주 나이 많은 할머니였다. 인도네시아에 있는 동안에 후두가 아파서 고생을 한 적이 많았다. 아마도 강의와 설교 등으로 목을 많이 써서 그런 것 같다. 그럴 때마다 그 할머니 의사를 찾아 가면 너 말 절대하지 말아라 이렇게 이야기 하곤 했다.

내 혈액 검사 결과를 찬찬히 들여다보더니 의사는 나에게 ‘당신 맹장 걸린 것 같다’고 말했다. 그것을 어떻게 아느냐고 내가 물었더니 혈액 검사표에 정상 때의 백혈구에 비해서 두 배가 늘어났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바로 외과 의사를 찾아 갔다. 하지만 수술 중이라 진료를 할 수 없다고 했다. 저녁에 자기 개인 클리닉으로 오라고 했다. 나는 죠이 사무실에 와서 하루 종일 누워있어야 했다.

간사 한 명이 나를 외과 클리닉으로 데려다주었다. 외과의사는 나를 눕혀 놓고 앞쪽으로 사타구니 바로 위를 손으로 찔렀는데, 그 아픔은 정말 대단한 것이었다. 그리고 돌아누우라고 하더니 내 항문에 자기 손가락을 넣어 강하게 찔렀다. 거의 죽을 것 같은 통증이었다. 누워있는 침대에서 공중부양을 할 정도였다. 그러자 외과의사는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지금 당장 수술하지 않으면 맹장이 터질지도 모른다고 했다.

그래서 그 자리에서 수술실로 보내졌다. 마취제가 효력을 발휘하자 갑자기 모든 것이 블랙아웃이 되었다. 수술은 잘 진행되었다. 눈을 떠보니 입원실이었고, 밤새 내 옆을 지킨 수디만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쌀라티가에서 소식을 듣고 아내도 새벽에 먼 길을 달려왔다.

조금 후에 수술을 담당한 의사가 내 맹장이라면서 보여주었는데, 퉁퉁 붓다 못해서 거의 두 동강이가 나려고 했다. 나는 정말 하나님께 감사할 일이었다. 만약 OMF 의료담당자가 혈액검사를 받으라고 하지 않았다면 나는 자카르타로 그 몸을 해가지고 갔을 것이다. 비행기 안에서 만약 맹장이 터졌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또 내과의사가 내 혈액검사 결과를 보자고 하지 않았다면 아마도 나는 그대로 자카르타 행 비행기를 탔을 것이다. 그 결과는 생각하기도 싫다.

한국에 돌아와서 사람들에게 자랑을 할 것이 생겼다. 아프리카에서 사역했던 리빙스턴은 심장을 아프리카에 묻었다. 하지만 나는 심장보다는 작기는 하지만 맹장을 내가 사랑하는 인도네시아에 묻고 왔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