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에서 웃고 계시는 하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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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소포속의 놀라움들

작성자
손창남
작성일
2017-02-23 05:28
조회
54
6-3. 소포속의 놀라움들

주님의 인도하심을 받으며 사는 것은 정말 스릴 넘치는 삶이었다. 선교지에서는 주님이 작은 부분까지도 섬세하게 인도하셨다. 하나님은 우리의 작은 신음에도 응답하는 분이시다.

하루는 김치가 먹고 싶었다. 인도네시아 음식은 대부분 기름에 튀긴다. 야채도 대부분 익혀서 먹는다. 인도네시아 음식을 맛있게 먹으며 살았지만 가끔씩 김치가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할 때가 있었다.

아내에게 김치를 만들어 달라고 하는 것이 무리한 요구인 줄은 알고 있었다. 인도네시아에는 배추도 있고, 파도 있고, 마늘도 있고, 생강도 있다. 하지만 김치의 맛을 내는 고춧가루를 구하는 것이 어렵다. 고추는 있지만 고추를 말리기에는 너무나 습한 기온이다.

그래서 한국에서 누가 고춧가루를 보내주면 그것을 아껴서 조금씩 김치를 담가먹곤 했다. 얼마 동안인지 모르지만 아내가 김치를 만들지 않았다. 그래서 김치를 담가 달라고 했더니 고춧가루가 떨어져서 만들 수 없다고 했다.

그 후 며칠이 지나서 두따와짜나 대학교에 있는데, 우체국에서 소포가 왔으니 찾아가라고 연락이 왔다. 마침 우체국 옆에는 브링하르조라고 하는 아주 큰 야채 도매시장이 있었다. 그곳에서 배추는 일 킬로에 우리 돈으로 약 100원 가량했다. 이 정도 가격이면 싸도 너무 싼 가격이다. 게다가 농약도 치지 않아서 배추에는 언제나 싱싱한 배추벌레들이 있었다. 그렇게 무농약이라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우리는 그곳에서 배추를 자주 사곤 했다.

우체국에서 소포를 찾은 다음 나는 곧장 시장으로 갔다. 그리고 배추를 5킬로 정도 샀다. 차는 한낮의 태양열로 달구어져서 만약 에어콘을 틀지 않는다면 실내 온도는 45도나 50도는 충분이 되었다. 시장에서 배추를 사면 곧장 집으로 돌아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시들어버린다.

집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배추를 차에서 꺼내는 것이다. 아내에게 배추를 건네주었다. 그러자 아내는 웃으며, “여보 고춧가루가 다 떨어졌는데, 배추만 사오면 뭘 해요”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고춧가루 없이 백김치라도 담궈 봐!” 라고 주문을 했다.

그리고 차에서 소포를 꺼냈다. 온 가족이 둘러앉아서 소포를 풀었다. 소포를 함께 푸는 것 자체가 즐겁다. 특별히 다위와 호세가 함께 소포를 풀면서 그곳에서 나오는 책이나 장난감 등을 보며 좋아하는 것도 큰 즐거움이었다.

그런데 소포에 들었는 물건들을 꺼내다 깜짝 놀랐다. 소포 속에서는 놀랍게도 고춧가루가 나왔다. 우리 가족들은 내가 소포 속에 고춧가루가 있는 것을 알고 배추를 사온 줄 알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