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에서 웃고 계시는 하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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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톰 신부님 (2)

작성자
손창남
작성일
2017-02-26 17:36
조회
47
죠이 모임에는 당시 가톨릭 배경을 가진 학생들이 여럿 있었다. 대부분 명목적인 가톨릭 신자였던 그들이 주님을 피상적으로만 알다가 조이에 와서 주님을 만나고 큐티를 하고 삶속에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톰 신부님이 지켜보셨던 것 같다. 그래서 조이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계셨을까 어느 날 톰 신부님이 죠이 기도모임에 참석하신 것이었다.

마침 화요 기도모임에서 내가 설교를 하고 있었다. 설교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어떤 노신사가 모임 장소로 들어와 의자에 앉는 것을 보고 그 분이 톰 신부님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우리 모임에 오는 사람들은 모두가 20대였으니 아이들의 나이보다 무려 50살이 더 많이 분이 모임에 오신다면 금방 표시가 나는 일이었다.

그날 나는 학생들에게 복음에 대해서 명확하게 설명했다. 모임이 끝나고 톰 신부님께 다가가서 정중하게 인사를 드렸다. 톰 신부는 개신교 사람들의 모임에 대해서 가지고 있었던 편견이 깨졌다고 말씀하셨다. 신부님은 개신교 목사들은 대부분 존 칼빈니아 마틴 루터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줄 알았는데, 그리스도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는 모임은 처음 본 것 같다고 말해주었다.

신부님은 당시 논문을 지도하고 있던 난다라고 하는 자매를 통해 자신이 그 동안 찾고 있었던 그리스도인들의 공동체가 바로 죠이라고 이야기 했다고 한다. 톰 신부님은 심지어 가톨릭에서 발행하는 신문에 “에큐메니컬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으면서 매우 에큐메이컬한 공동체‘라는 제목으로 조이 모임에 대해 소개한 바도 있었다.

어느 날 동티모르 출신의 니꼬가 나에게 와서 그 전 날 있었던 이야기를 들여주었는데 그 소식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손 교수님이 어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아세요. 제가 톰 신부님께 고해 성사를 하러 갔더니 저더러 ‘니꼬, 너는 죠이에 나가서 주님을 개인적으로 만날 수 있는데 뭐 하러 나에게 오느냐고 말했습니다. 오늘은 왔으니 고해성사를 해주지만 다음에는 오지 말아라 이게 내게 하는 마지막 고해성사다‘ 라고 말씀하셨어요.”

나는 톰 신부에 대해서 다시 한 번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그분은 늘 종교와 신앙의 차이에 대해서 이야기 하셨고, 종교와 신앙의 명확한 구분을 실천할 줄 아는 분이었다. 그 후 톰 신부는 우리와 자주 만나서 그가 어떻게 주님을 개인의 구주로 만났는지에 대해서 본인이 느끼는 감정들을 그대로 나누었다.

나는 큰 모험을 해보기로 했다. 부활절 행사에서 톰 신부님께 말씀을 전해달라고 부탁을 한 것이다. 톰 신부님은 우리가 믿는 구원이 마치 오토바이 뒤에 타는 믿음 같다며 은혜로 거저 받게 되는 우리의 구원을 대학생들이 잘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해주었다.

톰 신부님은 신부들이 사는 관사에서 살았다. 가족이 없는 신부님은 성당에 다니는 교인들이 식사 때 가져다주는 음식을 먹고 사셨다. 그렇게 사는 모습도 큰 도전이 되었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된 아내가 톰 신부님을 우리 집에 초대해서 한 달에 한 번 식사를 대접했다. 신부님은 우리 집에서 하는 식사를 매우 즐기셨다. 우리는 신부님과 많은 대화를 나눌수록 주님을 사랑하고 인도네시아 사람들을 사랑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톰 신부님을 통해서 나는 사람을 편견 없이 보아야 하겠다는 값진 교훈을 얻게 되었다. 족자에서 가톨릭과의 만남은 말하자면 상황회의 보너스 같은 선물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