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에서 웃고 계시는 하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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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졸업식장의 학술논문

작성자
손창남
작성일
2017-02-26 17:45
조회
58
6-5 졸업식장의 학술논문

93년 9월의 어느 날 자동차가 사탕수수밭을 지나 모퉁이를 돌았다. 두따와짜나 교수 사택 앞은 조용했다. 내가 탄 차가 집 문 앞에 서면 보통 다위와 호세가 "아빠!" 하며 제일 먼저 달려 나왔다. 그런데 그날은 아이들이 아니라 아내가 나와서 나를 맞았다. 그러면서 내게 이상한 질문을 했다.

"그런데, 다위와 호세는 어디 있어요?" 나는 기가 막혔다. ‘아니, 이 사람이 적도 지방에 오래 살더니 머리가 이상해 졌나. 아니 집에 있어야 할 아이를 왜 나한테 물어 볼까, 나는 지금 두따와짜나 대학교에서 집으로 온 건데....’속으로 이렇게 생각하면서 차 안에서 가방을 꺼내던 나는 아내에게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얼른 다시 차를 몰고 쏜 쌀 같이 달려 나갔다.

그 멍청한 일이 일어나기 얼마 전 두따와짜나 대학교 졸업식 준비위원회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나에게 졸업식에서 삐다또 일미아 발표를 해줄 수 있느냐는 것이다. 나는 순간 내 귀를 위심했다. 외국인이 나에게 이런 부탁을 하다니, 인도네시아의 대학제도는 유럽의 영향을 받았다. 유럽의 대학에서는 졸업식에서 교수들이 논문을 발표하는 전통을 가지고 있었다. 그곳에서 논문을 발표하는 것은 교수로서는 엄청남 명예다. 그런데 그런 기회가 나에게 돌아오다니.
그래서 나는 전공이 회계학인데, 국제 회계에 관한 내용을 해도 되겠느냐고 물었다. 좋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국제회계의 통일화의 필요와 그 진척에 대해서 준비를 했다. 이때는 정신없이 강의를 하고, 과제를 검사하고, 또 죠이의 사역도 바빠지기 시작해서 이미 한국에서 박사 논문을 마치고 벌써 5년 가까이 손 놓은 부분에 대한 정리를 다시 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더우기 많은 용어들을 다시 인도네시아어로 정리를 해야 한다.

그러나 오랫만에 내 전공분야를 다시 한다는 것이 너무나 기뻤다. 그렇지 않아도 인도네시아 올 때 가지고 왔던 몇 권의 국제 회계에 관한 책들을 다시 들추어 보면서 과거에 공부했던 부분들을 정리해 나갔다. 12 페이지에 걸친 논문을 졸업식 준비 위원회에 제출한 것은 졸업식 일주일 전이었다. 이 논문은 졸업생들에게 나누어 주는 소책자에 실리게 된다.

그런데 졸업식 이틀 전에 준비 위원회로부터 다시 전화가 왔다. 혹시 논문을 2, 3 페이지로 줄여 줄 수 있느냐는 것이다. 왜냐하면 졸업식에 참석하는 하객들 모두에게 12 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의 소논문을 다 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논문 내용의 에쎈스만을 주고 싶다고 했다.

그러겠다고 대답을 해 놓고 집에서 작업을 했는데, 그리 만만 한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거의 밤을 새워가며 12 페이지의 논문을 세 페이지로 줄었다. 그리고 아침에 준비 위원회에 넘겨주었다. 오전 강의를 하고 나왔는데, 다시 준비 위원회에서 전화를 했다. 세 페이지는 어중간하다는 것이다. 만약 2 페이지로 되어 있으면 앞뒤로 프린트를 해서 한 장으로 주면 된다면서 미안하지만 다시 줄여달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