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에서 웃고 계시는 하나님
6-5 졸업식장의 학술논문 (2)
문제는 매일처럼 그날도 12시에 아이들이 공부하는 학교에서 데리고 오는 것을 잊고 있었다. 집에 도착할 때까지 아이들을 12시에 학교에서 픽업해야 한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이다. 집에 도착했을 때 아내가 아이들이 어디 있느냐고 물문을 했을 때도 여전히 내 머리 속에 아이들 생각은 없었다.
며칠 동안 내 머릿속에는 졸업식에서 발표한 학술논문만 있었다. 아내의 질문을 처음에는 이상하게 들었지만 다시 생각하는 순간 내가 12시에 아이들을 데리러 학교에 가는 것을 까먹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었다. 오후 3시가 되어서야 깨닫게 되었으니 갑자기 마음이 쿵쿵 뛰기 시작했다. 아내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할 생각도 못했다. 다위와 호세가 12시부터 학교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을 생각을 하니 아이들에게 미안해서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최대한으로 속도를 내어 아이들 학교로 달려갔다.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혹시 아이들이 나를 기다리다가 참지 못하고 걸어서 다른 길로 집으로 오고 있다면 어떻게 할까. 아이들이 만약 기다리고 있다가 나를 보고 화를 내면 어떻게 할까. 학교에 도착해 보니 점심도 먹지 못한 채 다위와 호세는 학교 정문 밖에서 세 시간 동안이나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미안한 마음에 어쩔 줄을 몰라 얼른 아이들을 차에 태웠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아이들에게 물었다.
“아빠가 12시에 오지 않아서 많이 기다렸지? 기다리면서 어떤 생각을 했어?“
“아빠 차가 낡았잖아요. 그래서 고장이 나서 못 오시는 줄 알았어요.” 그렇게 말하는 아이들 앞에서 졸업식에서 발표한 학술논문 원고 고치다가 너희들 데리러 오는 것을 잊었다고는 차마 말하기 어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