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에서 웃고 계시는 하나님

뒤에서 웃고 계시는 하나님

6-5 졸업식장의 학술논문 (2)

작성자
손창남
작성일
2017-02-27 00:56
조회
54
거의 점심도 먹지 못하고 정신없이 소논문을 줄였다. 그러고 나니 거의 오후 3시가 다 되었다. 졸업식 전날에는 리허설을 한다. 나도 학술논문을 발표하기 때문에 리허설에 참석해야 한다. 리허설은 오후 5시에 시작 하기로 되어 있었다. 오전에 3시간의 강의를 하고 나서 다시 논문을 요약하느라 몸도 지치고 옷도 땀에 젖어서 벌써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생각 같아서는 학교에 있다가 리허설에 참석하고 갈까 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이곳 사람들은 오후에 반드시 만디를 하고 옷을 갈아입는 것이 예의인지라 집으로 차를 몰고 갔던 것이다.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고 약간의 휴식을 취한 뒤에 다시 리허설을 위해 캠퍼스로 돌아오는 것이 나의 계획이었다.

문제는 매일처럼 그날도 12시에 아이들이 공부하는 학교에서 데리고 오는 것을 잊고 있었다. 집에 도착할 때까지 아이들을 12시에 학교에서 픽업해야 한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이다. 집에 도착했을 때 아내가 아이들이 어디 있느냐고 물문을 했을 때도 여전히 내 머리 속에 아이들 생각은 없었다.

며칠 동안 내 머릿속에는 졸업식에서 발표한 학술논문만 있었다. 아내의 질문을 처음에는 이상하게 들었지만 다시 생각하는 순간 내가 12시에 아이들을 데리러 학교에 가는 것을 까먹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었다. 오후 3시가 되어서야 깨닫게 되었으니 갑자기 마음이 쿵쿵 뛰기 시작했다. 아내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할 생각도 못했다. 다위와 호세가 12시부터 학교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을 생각을 하니 아이들에게 미안해서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최대한으로 속도를 내어 아이들 학교로 달려갔다.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혹시 아이들이 나를 기다리다가 참지 못하고 걸어서 다른 길로 집으로 오고 있다면 어떻게 할까. 아이들이 만약 기다리고 있다가 나를 보고 화를 내면 어떻게 할까. 학교에 도착해 보니 점심도 먹지 못한 채 다위와 호세는 학교 정문 밖에서 세 시간 동안이나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미안한 마음에 어쩔 줄을 몰라 얼른 아이들을 차에 태웠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아이들에게 물었다.
“아빠가 12시에 오지 않아서 많이 기다렸지? 기다리면서 어떤 생각을 했어?“
“아빠 차가 낡았잖아요. 그래서 고장이 나서 못 오시는 줄 알았어요.” 그렇게 말하는 아이들 앞에서 졸업식에서 발표한 학술논문 원고 고치다가 너희들 데리러 오는 것을 잊었다고는 차마 말하기 어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