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에서 웃고 계시는 하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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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단기 선교사 마이클 로우

작성자
손창남
작성일
2017-02-27 18:24
조회
59
7-1 단기 선교사 마이클 로우

죡자에서 사역하는 동안 많은 단기 선교사들이 왔었지만 그 가운데 잊을 수 없는 사람 중에 한 명은 마이클 로우라고 하는 형제다. 그는 미국 유타 주 출신다. 그곳에서 대학을 졸업한 25살의 젊은 형제였다. 마이클은 얼굴도 잘 생기고 체격도 좋은 건장한 형제였다. 당시는 조이 모임을 영어로 진행했기 때문에 외국 사람의 존재가 중요했고, 특히 영어 원어민의 존재가 무엇보다 중요했다.

마이클이 처음 도착했을 때 나는 두 가지 선택안을 제시했다. 하나는 인도네시아 대학생들이 사는 하숙집에 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조금 비좁더라도 내가 사는 스뚜란의 교수 사택에 함께 사는 것이었다. 마이클은 좁더라도 나와 함께 지내고 싶다고 했다.

스뚜란의 교수 사택에는 이미 두 명의 인도네시아 학생들과 한국에서 온 단기 선교사가 있었기 때문에 그 형제에게 내 방을 주고 나는 아주 작은 광에서 잠을 잤다. 그는 그것을 늘 미안하게 생각했다. 나는 큰 키가 아니기 때문에 그리 불편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키가 큰 형제였기 때문에 큰 방이 필요했었다. 스뚜란의 교수 사택에는 이미 두 명의 인도네시아 학생들이 함께 지냈고, 따로 방을 낼 수가 없어서 마이클  형제에게 내 방을 주고 나는 한 평 남짓한 광에서 잠을 잤다.

대부분의 사역은 죠이 사무실이나 두따와짜나 대학교의 캠퍼스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에 집에서는 잠을 자는 것 밖에 할 일이 없었다. 그래서 내게는 그 작은 광에서 자는 것이 그리 큰 불편은 없었다. 반대로 그 덩치 큰 형제가 그 광에서 잔다면 그 형제는 아마 고문을 당하는 기분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마이클은 이런 상황을 늘 미안하게 생각했다.

마이클은 아주 수줍음을 잘 타는 사람이었다. 누가 무슨 말을 하면 쉽게 얼굴이 빨개졌다. 한번은 임원들을 위한 영어 공부시간에 인칭대명사를 공부하고 있었다. 한 사람이 ‘I have XX.’하면, 옆 사람이 여자냐 남자냐에 따라서 옆사람을 가리키면서 ‘He has XX.’ 혹은 ‘She has XX.’하는 연습을 했다. 수디만이라는 형제가 “I have a cute face.”라고 했는데, 자기가 얼굴이 다 빨개지는 것이었다.

마이클은 미국에서 태어나 미국에서만 자란 전형적인 미국 사람이었지만 무척 동양적이었다. 무엇이든지 자기 마음대로 하지 않고 언제나 물어 보고 그대로 했다. 그래서 그는 다른 단기 선교사에 비해 문화적으로 거의 실수를 하지 않았다. 우리가 사무실에 도착하면 내가 부탁하지 않았는데도 그는 차에서 먼저 내려서 언제나 내 가방을 들어 주었다. 마이클은 내가 알고 있던 서양 사람에 대한 인식을 바꾸어 놓았다. 내가 학교에서 강의를 마치고 나올 때까지 죠이 사무실에서 식사를 하지 않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그처럼 동양적인 서양 형제를 만나 본 적이 없었다.

마이클은 내가 어떤 일을 제안하기만 하면 언제나 "Sure." 하고 대답했다. 도착한 그 다음날 나는 아침마다 사탕 수수밭에서 조깅을 하는데, 조김을 하겠느냐고 했더니, "Sure." 이라고 대답했다. 그래서 그 형제는 아침마다 나와 죠깅을 하러 나갔다. 4개월 동안의 사역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기 전에 나와 평가 시간을 가졌는데, 그는 아침마다 나와 죠깅 한 것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 자기는 미국에서 죠깅을 한 번도 한 적이 없다고 하는 것이었다.

마이클은 음식도 불평을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다. 어떤 음식이든 한번 먹어 보겠느냐고 하면 "Sure"하고 먹었다. 사실 매운 음식은 먹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도 물을 마셔가면서 어떤 음식이든 시도를 해 보았다. 인도네시아 사람은 물론 나 개인적으로도 마이클의 이런 태도에 대해서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른다.

마이클은 인도네시아 사람들에게도 정말로 친절하게 대했다. 죠이에서도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고 했다. 영어도 잘 가르쳐 주었다. 그래서 죠이에 있는 모든 학생들이 그를 좋아했다. 특히 여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그렇지만 워낙 조심스러운 성격이라 어떤 문제도 일으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