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에서 웃고 계시는 하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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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산타도 딸이 있단다 (2)

작성자
손창남
작성일
2017-02-15 06:30
조회
58
그 당시 반둥에는 한인 교회가 하나 있었다. 나는 가끔씩 한인 교회에 나가 예배를 드렸고 담임 목사님이 공석이 되었을 때 다른 두 명의 한인 선교사와 함께 주일에 말씀을 전하는 일을 하기도 했다. 특히 아이들은 그곳 주일 학교에 가서 한국말도 사용하고 한국 아이들과 지낼 수 있었기 때문에 한인 교회와 이런 저런 연관을 맺고 있었다.

성탄절 이브가 되자 모든 교인들이 선교관에 모여서 성탄 축하 파티를 하기로 했다. 가족 단위로 장기를 자랑하는 순서도 있었다. 무엇보다 사업을 하는 분들이 중심이 되어서 자신의 공장에서 만드는 물건들을 많이 내 놓고 경품을 실시했다. 경품은 매우 실용적인 것이었다. 예를 들면 신발 공장을 하는 분은 신발을, 공을 만드는 분들은 공을, 조미료 공장을 운영하는 분은 조미료를 기부하는 식이었다. 실용적인 물건들은 성도들에게는 매우 매력적이었지만 다위와 호세와 같은 어린이들에게 그렇게 매력적이지 못했다.

그런데 그 가운데 아이들에게 참으로 매력적인 상품이 있었다. 어느 인형공장을 운영하는 성도가 아주 커다란 개 인형 세 개를 기부했다. 어린 아이만한 크기의 개 인형은 내가 보기에도 멋있어서 나라도 가지고 싶을 정도였다. 다위와 호세는 그 개인형을 보자마자 안달이 났다. 저것이 우리에게 오면 좋겠다며 속을 끓였다. 나는 속으로 ‘야, 여기 있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저 인형이 오겠어.’ 하고 생각했다. 그래도 아이들의 기분을 죽이고 싶지 않아서 그 말을 직접 하지는 않았다. 가만히 앉아 분위기를 보니 그 개 인형을 원하는 것은 우리 가족만이 아닌 것 같았다. 아이를 데리고 온 부모의 시선도 모두 그 개 인형에게로 쏠리고 있었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레크레이션을 하기도 하고 가족들이 나와서 장기 자람을 하고 사이사이에 경품 추천을 했다. 두 개의 인형이 벌써 다른 사람의 손에 들렸다. 다위와 호세가 경품을 뽑을 차례가 되었다. 결과는 꽝이었다. 다위와 호세는 발을 동동 굴렀지만 그런다고 개 인형이 우리 것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다위와 호세는 엄청나게 실망했다. 마지막 남은 개 인형은 가족을 한국에 놓아두고 혼자만 인도네시아에 와서 공장에서 일을 하는 어떤 젊은 남자 집사에게 돌아갔다.

모든 프로그램이 마칠 때쯤 대부분의 아이들은 다 잠이 들었다. 다위와 호세도 차에 올랐을 때는 거의 지쳐서 의자에 앉자마자 곯아 떨어졌다. 차가 막 출발하려고 하는데, 개인형에 당첨된 그 젊은 집사가 우리 차로 뛰어 오는 것이었다. 그의 손에는 아까 커다란 개인형이 있었다. 그러면서 생전 우리에게 차를 태워 달란 말을 하지 않던 사람이 갑자기 우리 차를 태워 달라고 하는 것이었다. 우리 차는 다른 사업을 하는 성도들의 차에 비하면 정말 허접한 차였다. 그래서 다른 사람을 태워준 적이 많지 않다. 하지만 밤이 너무 늦었고, 같은 방향이라 집으로 가는 길에 내려 드리면 되니까 별생각 없이 타라고 했다.

젊은 집사의 숙소까지 모셔다 드리고 우리는 꽤 늦은 시간에 드디어 란짜 벤땅에 있는 우리 집에 도착했다. 집에 도착했을 때 다위와 호세는 정말 곯아떨어져 있었다. 한 명씩 차에서 내려서 방의 침대에 눕혔다. 호세는 아직 어리고 체격이 작지만 다위만 해도 이제 초등학교 2학년이라 제법 무거웠다. 있는 힘을 다해 아이들을 옮긴 다음 마지막으로 차 안에 있는 짐을 꺼내다가 나는 깜짝 놀랐다. 그 개 인형이 차 안에 있는 것이 아닌가. 아!!! 이럴 수가

그 젊은 집사님이 너무나 고마웠다. 그리고 그 엉큼스러움에 놀랐다. ‘하기야 자기가 무슨 개 인형이 필요해. 어쩐지 다른 비즈니스 하는 분들의 더 좋은 차를 마다하고 후진 우리 차를 타겠다고 했을 때부터 뭔가가 있었어!’ 하면서 개 인형을 꺼낼 때 나의 기분은 마치 내가 어린 아이가 된 것처럼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