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에서 웃고 계시는 하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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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산타도 딸이 있단다 (3)

작성자
손창남
작성일
2017-02-15 06:36
조회
55
개 인형을 가슴에 안고 걸어가면서 아이들이 아침에 일어나서 그 개 인형을 보면서 정말 주님이 기도를 응답해 주셨다고 떠들어 댈 생각을 하니 내 기분은 더욱 좋았다. 집에 들어서자마자 아내에게 그 젊은 집사가 엉큼하게 이 개 인형을 차에다 일부러 놓고 내렸다고 말해주었다. 아내도 무척 기뻐했다. 나는 아이들이 자는 침대 옆에 개 인형을 놓아두었다.

그 날 밤 잠 자리에 들었지만 하도 가슴이 설레어서 잠이 제대로 오지 않았다. 나도 어릴 때 교회는 다니지 않았지만 성탄절이 되면 산타가 선물을 준다고 믿고 있었다. 그 어릴 때 산타를 기다리며 잠들지 못하던 생각이 날 정도였다.

그 다음날 아침 아이들이 눈을 떴을 때 자기들이 그렇게도 가지고 싶었던 개 인형이 있는 것을 보고 아이들이 좋아 한 것은 여기서 글로 다 형용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다위와 호세가 개 인형에 입을 맞추고 끌어안고 얼마나 좋아 했는지 모른다. 아이들은 이게 어떻게 된 것이냐고 계속 물었다. 나는 적당한 말이 생각나지 않아서 어제 밤 산타 할아버지가 주고 갔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그 말을 믿었는지 안 믿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그저 좋아서 어쩔 줄을 몰라 하는 아이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흐뭇했다.

아침 식사를 마친 후 성탄절에 예배를 드리기 위해 반둥 한인 교회로 다시 갔다. 예배가 끝났는데, 그 젊은 집사가 웃으면서 우리 쪽으로 오고 있는 것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감사하다고 이야기를 하려고 집에서부터 한껏 벼르고 있었는데, 우리 쪽으로 오는 것이 아닌가. 나는 얼른 젊은 집사 쪽으로 가서 인사를 했다.

“집사님, 어제 밤에 차에다 개 인형을 두고 내리셨던데요.....”
그러자 그 젊은 집사가 웃으며 내 말을 가로막고 말했다.
"네, 그렇지 않아도 그 인형 때문에 말씀을 드리려고 이렇게 왔습니다. 사실은 한국에 잇는 세 살짜리 제 딸에게 그 인형을 보내려고 했는데, 어제 밤 깜빡 하고 선교사님 차에 두고 내렸습니다. 다음 주에 교회 오실 때 꼭 갖다 주시겠습니까? 죄송합니다."
내가 기대하고 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말이었다.
"아, 네, 당연히 그래야지요. 한국에 따님이 있으시군요. 무척 보고 싶으시겠어요."
그렇게 말은 했지만 내 목소리는 점점 더 땅을 기고 있었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집에 도착했을 때 다위와 호세에게 뭐라고 말할까만 계속 생각했다.
"그 산타도 딸이 있었다고......"
그렇게 말하면 다위와 호세가 알아들을 수 있을까.